‘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과 관련, 강래구(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에서 ‘스폰서’로 언급된 사업가 김모씨가 과거 윤관석 의원 등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사업가 김씨는 2008년부터 작년까지 민주당 의원 12명에게 총 65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씨는 윤관석 의원에게 2018년과 작년에 500만원씩을 후원했는데, 김씨가 두 차례 후원금을 보낸 의원은 윤 의원이 유일하다고 한다. 윤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강래구씨가 마련한 6000만원을 송영길 당대표 후보의 보좌관 박모씨와 이정근씨를 통해 전달받아 이를 민주당 현역 의원 10여 명에게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본지에 “윤 의원과는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후원금 모금 문자가 와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돈을 보낸 것”이라며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낸 이유에 대해서도 “내가 정치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사업이 잘되는 해에 몇 차례 후원금을 보냈을 뿐”이라고 했다.

김씨는 강래구씨와 이정근씨의 2021년 4월 10일 통화 녹음 파일에 ‘스폰서’로 거명돼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통화에서 이씨가 “(돈이) 필요하면 누구한테 요구를 해. ㅇㅇ(김씨)한테?”라고 묻자, 강씨가 “그 사람밖에 없잖아. 다른 ‘스폰(스폰서)’이 있어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오는 25일 김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씨는 본지에 “내가 송영길 전 대표, 강래구씨와 이정근씨를 모두 알고 있고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이씨가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한 적도 있다”면서도 “그때 내가 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고 ‘내가 왜 돈을 주느냐’고 말한 내용이 녹음 파일에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 실질심사 출석한 강래구 -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과 관련, 강래구(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가 21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밤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일정 부분 수집돼 있다고 보이고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태경 기자

한편 강래구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21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강씨의 영장을 기각하며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일정 부분 수집돼 있다고 보이며 강씨가 증거를 인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강씨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며 돈 봉투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마련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날 실질심사에서 검찰은 이번 사건을 ‘정당 내 구조적 비리’로 규정하고, 관련자 일부가 송영길 전 대표 체제에서 지도부에 올랐던 점을 들어 ‘매관매직 성격’의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이날 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이 ‘송 전 대표도 돈 봉투 전달을 알고 있느냐’ 등의 질문을 하자 “언젠가는 말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