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중학교 남교사가 장난으로 남학생의 성기를 손등으로 쳤다가 강제추행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의 한 중학교 안전생활부장 교사인 A씨는 2021년 4월 22일 오후 3시쯤 교내 복도에서 1학년 남학생 B군의 성기를 쳤다.

당시 6교시를 마치고 쉬는 시간이었다. A씨는 평소 장난을 주고받으며 가깝게 지내던 C군이 복도에 서 있는 걸 봤다. 그는 C군을 약 올리려고 그 옆에 있던 B군의 체격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A씨는 B군에게 “너는 뭘 처먹었기에 이렇게 (덩치가) 크냐”는 취지로 말을 건넸다. 그러자 C군은 “싸우면 선생님이 질걸요?”라고 답했다. 이에 A씨는 “필살기가 있다”면서 갑자기 손을 뻗어 손등으로 B군의 성기를 바지 위로 1회 쳤다.

A씨는 B군을 이날 처음 알았고, B군은 A씨를 등교할 때 교문에서 몇 번 보았을 뿐 친분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B군 부모의 신고로 학교는 조사에 나섰다. A씨는 “사람은 덩치가 크더라도 급소를 가격 당하면 힘을 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B군은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B군 부모는 A씨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됐다. A씨는 “학생들과 장난을 친다는 생각에서 성적 의도 없이 한 행동인 만큼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가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추행에 해당한다”며 “현재의 성적 도덕관념상 남성 역시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동성 간에도 추행이 행해질 수 있음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A씨 행위는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진정으로 사과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표창을 받는 등 성실히 교직에 종사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그는 항소심에선 추행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B군 측에 용서를 구했고, B군 측도 이를 받아들여 A씨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법원에 밝혔다.

항소심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12-3부는 지난 1월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고려해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보류했다가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형을 면제하는 판결이다. A씨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