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10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을 간첩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이들이 민노총 홈페이지와 유튜브 댓글 등을 대북 연락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8월 8일 이들에게 보낸 지령문에서 “현재 보안상 소식을 보낼 조건과 환경이 되지 못하여 주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안심할 수 있게 영업1부(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 ‘처음처럼’이라는 필명 혹은 제목에 반영한 글이라도 올려주기 바람”이라고 했다. 검찰은 실제 민노총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들은 교신을 주고받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총회장님’, 북한 문화교류국은 ‘본사’, 지하조직은 ‘지사’로 지칭했다. 민주노총은 ‘지사’의 지도를 받는 조직이라는 차원에서 ‘영업1부’로 불렸다.

박광현 수원지방검찰청 인권보호관이 1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북한은 또 2019년 9월 7일 보낸 지령문에서 “연락문을 주고받는 과정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본사(문화교류국)에서는 신호선을 이메일과 함께 종전의 ‘실개천’을 병행 이용하도록 하겠음”이라고 했다. 검찰 확인 결과 실제 민주노총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개천’ 명의로 쓴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 글엔 난수표를 포함해 암호해독 코드 등이 담겼다고 한다.

북한과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은 유튜브 동영상 댓글을 통해서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북한은 작년 8월30일자 지령문에서 “소식을 받는 즉시 유튜브 동영상 댓글에 문자 ‘토미홀’을 포함시킨 필명이나 글을 올리면 출장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준비하겠음. 9~10월이 불가능하다면 문자 ‘오르막길’을 포함시킨 글을 매달 18~20일에 올리다가 출장이 가능한 두 달 전에 ‘토미홀’로 해주기 바람”이라며 유튜브 링크를 보냈다. 해당 링크는 오토바이 관련 영상으로 연결됐는데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사려졌다고 한다.

북한은 A(52)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과 해외에서 접선하기 위해 구체적인 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2019년 7월 10일자 지령문엔 “만남 5분 전에 약속 장소 위치에서 대기하다가 정시에 ‘손에 들고 있는 생수 물병을 마시는 동작을 실행하라’”고 적혔다. 이어 “북측 공작원이 동작을 확인한 뒤 7∼8m 거리에서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를 손수건으로 두세차례 닦는 동작을 하라”고 했다.

만약 미행이 있을 경우 휴대전화로 “두통이 와서 병원에 가겠다”고 알려주겠다면서, 이후 미리 알려준 2차 장소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전화 통화가 어려울 경우엔 북한 공작원이 담배를 피워 물면 미행이 있다는 신호로 알고 현장에서 이탈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