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등 코인게이트 조사에 나선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인 김성원 의원과 간사인 윤창현 의원 등이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위메이드 본사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코인 60억원 보유’ 논란이 ‘입법 로비’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가상 화폐 위믹스 코인을 발행한 위메이드의 임직원은 지난 3년간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을 14차례 드나들었다. 가상 화폐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가상 자산과 게임 관련 ‘입법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김 의원은 위믹스 등을 보유했던 시기에 가상 자산에 대한 과세(課稅)를 유예하거나 게임 머니를 가상 화폐 범주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다. 위메이드나 위믹스 보유자에게 호재인 법안들이었다.

김 의원의 가상 자산, 게임 관련 국회 활동 가운데 상당수는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과 연관돼 있다. ‘P2E’란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 등을 가상 화폐와 교환해 현금화하거나 다른 재화로 바꾸는 개념이다. 김 의원이 거래한 코인 40여 종 가운데 위믹스와 마브렉스, 젬허브 등은 대표적인 국산 P2E 코인이다.

하지만 P2E와 연결된 게임이 국내에서 유통되지는 못했다.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이 사행성 문제 등을 이유로 게임에서 획득한 재화를 현금화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P2E 회사들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수차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업계에서는 위메이드를 비롯한 P2E 업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공격적인 입법 로비를 펼쳤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는 P2E 업체에 유리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의 김 의원 국회 활동을 두고 입법 로비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이상 거래 의혹 논란에 자진 탈당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김남국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2021년 7월 가상 화폐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을 노웅래 민주당 의원 등과 발의했다. 국민의힘 윤창현·유경준 의원 등도 비슷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김 의원은 작년 12월에는 과세를 2년 늦추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 법안은 여야 의원 40명이 공동 발의한 것이다.

김 의원은 또 2021년 12월 위믹스와 같은 ‘게임 머니’ 기반 코인을 가상 화폐 범주에 포함시키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같은 당 김영배, 오영환, 최혜영 의원 등도 참여했다. 김 의원은 다음 달인 2022년 1월 국회에서 열린 ‘P2E 게임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대선 후보 시절 국산 P2E 코인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인터뷰에서 “(P2E를) 네거티브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외국 코인을 사서 국부(國富)를 유출하기보다 국내에 ‘시뇨리지(화폐 주조 차익)’를 획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P2E 금지’를 쇄국 정책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당시 발언은 가상 자산 및 게임 업계에 큰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위메이드의 주식 및 위믹스 코인 가격은 김 의원 등의 입법 활동과 맞물려 1년 동안 큰 폭으로 올랐다. 2021년 2월 2만원 초반대였던 위메이드 주가는 그해 11월 24만원까지 치솟은 뒤 작년 2월 10만원대를 기록했다.

위믹스 코인 가격은 2021년 2월 개당 200원이었지만 같은 해 11월 최고 2만8900원까지 약 145배로 폭등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지난 8일 입장문에서 “가상 화폐 투자 과정에서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거래했다”며 “어떠한 불법성도 없이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본인의 돈을 갖고 내부 정보 없이 투자했다는 취지였다.

한국게임학회는 19일 ‘위믹스발 코인 게이트’ 토론회를 개최하고 입법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위정현 학회장은 “(위메이드는) P2E 합법화를 위해 정치권 로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며 “업계·정치권의 이익 공동체를 분쇄하기 위해 의원·보좌관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메이드 측은 입법 로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과의 면담에서 “한국에서 P2E가 합법화되는 건 요원했기 때문에 글로벌에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2021년도에는 대관 팀도 없었다”고 했다. 장 대표는 “김 의원에게 어떤 경로로든 위믹스를 전달한 적도 없다”며 “김 의원이 왜 위믹스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