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윤 KH그룹 회장이 국외 도피 중에 도박으로 3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탕진하고, 지인들에게도 거액의 빚을 진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그는 검찰이 수사 중인 KH그룹의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비리’ ‘주가 조작’ 사건 등의 핵심 인물로 1년째 국외 도피 중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배 회장은 작년 6월 미국 하와이로 출국했다.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비리와 관련해 KH그룹이 압수 수색당한 직후였다. 최근 배 회장은 인도네시아를 거쳐 캄보디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배 회장은 바카라 도박에 빠져 필리핀, 싱가포르, 미국, 베트남 등 카지노에서 계열사 자금 300억원 이상을 날리고, 국내 지인들에게 빌린 거액의 도피 자금도 모두 도박장에서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박 빚만 수백억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KH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배 회장은 검찰 수사보다 지인들에게 진 빚이 더 무서워 귀국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KH그룹의 ‘주가 조작’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이,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비리’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각각 수사 중이다.
남부지검은 2018~2019년 KH그룹의 기업 인수 합병에 투자자로 참여한 ‘큰손’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당시 KH그룹 투자에 참여하면서 현금 대여뿐 아니라 전환사채(CB) 매입도 했다고 한다. 배 회장은 김 전 회장이 대부업을 하던 시절 돈 거래를 시작한 이후 서로 금전적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과거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도 함께 주가 조작 범행을 저질러 2018년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기도 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배 회장이 주가 조작에 나설 것을 알면서 투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지검은 원영식 초록뱀 회장도 KH 투자에 전환 사채 매입 방식으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 중이다. 원 회장은 최근 구속된 빗썸의 최대 주주 강종현씨의 비덴트 및 비덴트 계열사에 전환 사채 등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큰손으로 알려진 다른 인물들도 KH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검찰이 배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면 전주(錢主)들 간에 얽힌 내막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중앙지검은 지난 24일 배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 등으로 KH 임직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배 회장이 해외를 돌아다니며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등 이른바 ‘황제 도피’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배 회장은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비리’와 관련해 4000억원대 배임, 650억원 횡령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배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 공조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