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성만 의원이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현금을 조달하기 전후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이성만 의원은 2021년 3~4월 선거 자금으로 쓰라며 1100만원을 건네고 윤관석 의원에게서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윤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부결된 상태다.

이성만 무소속 의원. /뉴시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2021년 3월 이성만 의원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돈 내가 내일 주면 안 돼? 내일 오전 10시에 갈테니까”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음날인 3월 30일 통화에서 이정근씨가 “오빠, 나 505호에 있는데”라고 말하자 이 의원이 “505호 알았어. A 빌딩인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직후 이 의원이 이씨에게 A 빌딩에 있던 송영길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현금 1000만원을 건넸다는 게 현재까지 검찰 수사 결과다.

또 이정근씨는 2021년 5월 3일 통화에서도 “고생했네. 우리 또 팀(선거 캠프)에 와서 또 수금(收金) 전달하고 하느라고”라고 말했고, 이에 이성만 의원은 “아니, 뭐 안사람이 그런 거나 서포트해야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이씨의 거듭된 요구를 거절하기 위해 돈 얘기를 꺼냈던 것뿐’이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송영길 전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강래구(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의 역할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와 정반대 정황이 담긴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는 21일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강래구씨는 수자원공사 상임감사다. 정치에 개입할 수 없다. 저희 선거 캠프에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녹음 파일에는 강래구씨가 2021년 3월 이정근씨와의 통화에서 “송(영길)한테 보고하기 전에 내가 첨언을 해줄 거 아냐”라고 말했고, 4월에는 “노웅래 최고위원이 전화 와서 이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나한테 상의하던데. 비대위를 꾸려서 다시 전대(전당대회) 하려면 3개월 이상 걸린다 상의를 좀 해줘라 영길이 형하고”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송 전 대표의 주장과 달리 민주당 인사들이 당시 강래구씨를 통해 당대표 후보였던 송 전 대표와 소통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강래구씨는 이정근씨와 돈봉투 살포를 공모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26일 구속기소됐다.

한편, 검찰은 이날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선거 캠프 자금 관리를 총괄한 것으로 지목된 박씨는 이정근씨, 강래구씨 등과 공모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뿌려진 돈 봉투 9400만원 중 7000만원에 대해 중간 전달책으로 핵심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지난달 3일에도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