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용수(54)씨가 자신의 변호인으로 박상진(52·사법연수원 29기) 중앙N남부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돈 봉투 사건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하고 있는데, 중앙N남부 법률사무소는 직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고 작년 8월 퇴임한 이정수(54·26기) 변호사가 대표로 세운 곳이다. 법조인들은 “전관 중의 전관을 선임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 씨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송 전 대표 경선 캠프에서 자금 관리를 하는 등 ‘핵심 인물’로 지목된 박용수씨는 지난 3일 구속된 뒤 이날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박씨가 선임한 변호인은 박상진 변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박 변호사는 2003년 검사로 임용돼 창원지검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부산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진주지청장, 울산지검 차장검사, 고양지청장 등을 거친 뒤 2022년 7월 퇴직했다. 이후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변호사) 등과 함께 창립 멤버로 서울 서초동에 중앙N남부 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두 사람은 2012~2014년 대검찰청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N남부 법률사무소는 ‘중앙’지검장과 ‘남부’지검장을 지낸 이정수 변호사가 이름 붙여 만든 곳이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의 고교 후배인 이정수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 소위 ‘검찰 요직 빅4′라고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반부패수사부장,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중에서 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두 자리를 꿰찼다.

이정수 변호사는 중앙지검장 재직 당시인 2021년 9월부터 대장동 1기 수사를 맡은 수사 책임자이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대장동 수사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독자적으로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등 민간업자들과 손잡고 초대형 배임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면서 ‘축소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수사 라인은 김오수 검찰총장, 이정수 중앙지검장, 김태훈 4차장검사 등 ‘친문재인 정권’ 성향으로 알려진 검사들로 이뤄졌었다. 이 변호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수사 문제와 관련해 ‘함께 술을 마셨다’는 대상으로 지목된 적도 있다. 당시 그는 “유동규, 정진상씨 등과 과거에는 물론 퇴직 후에도 일면식도 없고 식사나 술자리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박용수씨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송 전 대표 당선을 목적으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과 공모해 총 6000만원을 윤관석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정당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등을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 3일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박상진 변호사가 박씨를 변호하게 된 과정에 송영길 전 대표와 이정수 변호사의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했다. 송 전 대표와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