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돈 봉투 수수자로 지목된 민주당 현역 의원을 ‘20명’으로 특정했다는 내용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용수(54)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박씨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송 전 대표 당선을 목적으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과 공모해 총 6000만원을 윤관석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정당법 위반 등)로 지난 3일 구속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박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2021년 4월 28일 윤관석 의원이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국회의원 모임’ 참석한 이성만 의원 등 10명에게 각각 봉투 1개씩 전달했고, 다음 날인 4월 29일 오후에는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며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각각 봉투 1개씩 제공했다”고 적시했다고 한다.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의원 20명이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 1개씩 총 20개를 받아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국회의원은 약 20명”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또 검찰은 박용수씨가 송영길 전 대표의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의 자금을 전용해 송 전 대표의 당대표 선거를 불법적으로 도운 과정을 그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가 이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컨설팅 업체와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당대표 선거 1년 전인 2020년 5월부터 박씨가 컨설팅업체 ‘얌전한고양이’에 송 전 대표의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를 의뢰했으며, 이때 소요된 경비 550만원을 먹사연 자금으로 대납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2020년 7~8월에는 얌전한고양이 측이 총 9570만원 상당의 예산이 드는 컨설팅을 제안했는데, 박씨가 연간 수입 한도 1억5000만원 수준인 정치 자금으로 지급하기에는 부담을 느껴 먹사연 자금 8690만원을 가져와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얌전한고양이는 ‘송영길 의원 SNS 활동 분석’, ‘SYG(송영길의 약자) 의원님 전략조사 결과 보고’, ‘SYG 좌담회 결과 보고’ 등의 컨설팅을 수행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그중 ‘SYG 좌담회 결과 보고’ 컨설팅 회의에는 송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한 것으로 박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나온다고 한다.
검찰은 구속 기한 내 박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추가 수사 등을 거쳐 돈 봉투 수수자로 지목된 현역 의원과 송 전 대표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현역 의원들과 송 전 대표의 보좌진 등의 국회 출입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이달 10일과 지난달 5일 국회사무처를 압수 수색했다. 박씨는 검찰 수사 과정과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