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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극장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북콘서트 저자와의 대화에서 딸 조민씨와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생업에 종사하고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던 조 전 장관이 딸이 어디서 무슨 체험학습을 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지난 17일 열린 조국 전 법무장관의 2심 첫 재판에서 조 전 장관 변호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통상 재판에서는 유죄 입증 책임이 있는 검찰측 입장이 변호인측보다 언론의 주목을 더 끌게 됩니다. 그러나 이날은 좀 달랐습니다. 검찰이 딸 조민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아버지 조 전 장관의 입장도 고려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조 전 장관은 아내 정경심씨, 딸 조민씨와 공모해 2013년 6월 딸의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허위·위조 서류를 제출해 대학원 입시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위조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증명서, 동양대 표창장, 허위 내용의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장 명의 체험활동 확인서 등입니다.

조민씨가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부정지원한 혐의 중 어머니 정경심씨와 공모한 부분은 다음달 26일 공소시효가 만료됩니다. 따라서 그 이전에 기소 여부가 결정돼야 합니다. 조민씨가 아버지 조 전 장관과 공모한 부분은 아직 2심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시효가 정지돼 있지만, 한꺼번에 처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분의 방향은 기소 혹은 기소유예가 될 것입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반성 여부, 범죄 혐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기소를 미루는 불기소 처분의 일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지난 1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조민 씨가)최근 어느 정도 입장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민씨 입장 뿐 아니라 공범인 조 전 장관, 정경심 전 교수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의 입장 표명이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은 ‘사회활동을 하느라 딸이 어디서 무슨 활동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한 것입니다. 이는 법적으로는 ‘공모관계 부인’에 해당합니다. ‘실제 인턴활동을 했다’거나 ‘발급 권한이 있어 위조가 아니다’는 것처럼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공모관계 부인’을 재판 전략의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요.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인들이 구사하는 전형적인 재판 전략”이라고 평가합니다. ‘아니다’ 보다는 ‘모른다’에 가까운 이 전략은 노골적인 부인이라기 보다는 ‘부지(不知)’의 주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검찰이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추가로 증인을 신청하거나 증거를 제시할 필요는 떨어집니다. 공모관계와 같은 요소는 드러난 증거를 종합해서 판사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입장은 이미 확정된 정경심씨의 유죄 판결, 그리고 조 전 장관 자신의 1심 판결과도 배치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승 연구위원은 “조 전 장관 자신의 양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딸 조민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검찰도 적잖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소유예 처분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조민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더라도 공범인 아버지가 공모관계를 부인한다면 반성의 ‘진정성’을 다시 평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검찰 브리핑에 따르더라도 조민씨에게는 ‘태도 변화’가 있는 정도이고, 공범이더라도 혐의 인정과 반성 여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조민씨의 공소시효 만료일까지는 이제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이 사건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데는 부모의 입장 외에도 ‘유사 사건’으로 분류되는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 정유라씨 사건 등의 처분 전례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합니다. 어느 쪽으로 결정하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어서 검찰의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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