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재판에서 ‘부부 싸움’이 벌어졌다. 이 전 부지사는 최근 아내가 낸 변호인단 해임 신고서에 대해 “내 의사가 아니다”라고 했고, 아내는 “변호사한테 놀아났다” “답답하다. 정신 차려라”라고 소리친 것이다. 법조인들은 “보기 드문 광경”이라고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 전 부지사는 25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재판에 변호인 없이 홀로 법정에 출석했다. 앞서 그의 아내 A씨는 지난 24일 이 전 부지사 검찰 조사와 재판을 맡았던 법무법인 ‘해광’ 변호인단에 대한 해임 신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해광의 B 변호사는 지난 18일 이 사건 재판에서 “그동안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 방북 비용 대납 요청 여부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검찰에)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이달 초 검찰에 “2019년 쌍방울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납하기로 한 것을 당시 이 지사에게 사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A씨가 이 전 부지사의 ‘입장 변화’가 해광 때문이라며 해임 신고서를 낸 것이다.

재판 당사자의 동의 없이 변호인을 해임할 수는 없다. 재판부가 이 전 부지사 입장을 묻자, 그는 “집사람이 아마 오해를 한 것 같은데 저와는 상의 없이 (해임 신고서가) 제출됐다. 내 의사가 아니다”라며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방청석에 있던 A씨가 “(B 변호사가) 없던 일을 얘기했다. 당신이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며 소리쳤다. A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B 변호사가) 이 전 부지사의 의사와 반대되는 입장으로 변론했기 때문에 제가 해임시킨 것”이라며 “이 전 부지사가 변호사한테 놀아났다고 할 정도로 화가 난다”고 했다. 또 “저 사람(이화영)은 지금 (구치소) 안에서 뭘 모르는 것 같다. 자기가 얼마나 검찰에 회유당했는지 모르는 것 같고 정말 답답하다”며 “이게 ‘이화영 재판’인가 ‘이재명 재판’인가”라고도 했다. 재판장은 A씨를 진정시켰고, B 변호사가 건강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이날 재판은 끝났다.

A씨는 지난 19일 “남편이 고립된 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신체적 고문보다 극심한 심리적 압박은 군사독재 시대의 전기 고문만큼 무섭다”는 탄원서를 민주당에 보내기도 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쌍방울의 대북 송금 대납을 사전에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지난 21일에는 이런 검찰 진술을 부인하는 이 전 부지사 명의 옥중 편지가 공개됐는데, 여기에 A씨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한 법조인은 “이 전 부지사가 이날 법정에서 아내 입장과 달리 변호인단 해임을 거부한 건 자신의 검찰 진술 내용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에서 받은 법인 카드를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 함께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이 전 부지사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오는 27일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최근 검찰에 “북한에 달러를 보낸 것을 김용씨에게 전화로 얘기했고 그를 직접 만난 적도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는 당시 경기도 대변인이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25일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이 사건에서 이 대표는 정씨와 함께 배임 혐의로 입건돼 있다.

검찰이 이르면 다음 달 초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과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을 묶어 이 대표를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에는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2월 대장동 및 성남FC 비리로 이 대표 영장을 청구했지만,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을 부결하면서 영장은 기각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