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노상 강도인데 검찰이 경범죄로 ‘봐주기 기소’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28일 법조계와 검찰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검찰은 김성태 회장이 800만불을 해외로 빼돌려(특가법 위반) 북한에 몰래 주었다(국보법 위반)고 공소장에 써 놓고도 막상 기소는 중범죄는 다 빼고 경미한 미신고외환거래(외국환거래법 위반)만 적용했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검찰이 국보법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이 손발을 묶어놓고는 인제 와서 김 전 회장을 국보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는다며 이 대표가 검찰 탓을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검찰은 국보법 위반 사범을 직접 수사할 수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법’으로 검찰의 대공 수사권을 박탈했다. 그러면서 대공 수사권을 경찰과 국가정보원에 넘겼는데 그마저도 내년부터는 경찰이 전담하게 돼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성태 전 회장의 국보법 위반 혐의는 검찰이 아닌 경찰이 수사 중이다. 지난 1월 ‘피랍탈북인권연대’가 김 전 회장의 불법 대북 송금이 국보법 위반이라며 고발했기 때문이다.
한 법조인은 “국보법 사건은 경찰이 송치해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데 경찰 수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검찰이 김 전 회장을 기소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법조인은 “김 전 회장이 북한이 아니라 이 대표를 위해 대북 송금을 했다면 국보법 위반이 되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가 도지사이던 경기도가 추진하던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으로 500만 달러, 이 지사의 방북 비용으로 300만 달러를 각각 북한 측에 송금한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이날 수원지검은 “재산 국외도피죄는 외국에 재산을 축적·은닉할 때 적용하는 것이고 이번 경우는 대상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국보법 폐지론이 제기됐던 민주당의 대표가 느닷없이 ‘김성태에게 국보법을 적극 적용하라’는 식의 주장을 하니 어리둥절하다”는 말도 나왔다.
한편, 김 전 회장은 현재 외국환거래법 위반 외에도 뇌물 공여, 특경가법상 배임·횡령, 정치자금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