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일 옥중 입장문을 통해 “일부 정치인이 저와 경기도 대북 사업에 함께 했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은 최근 검찰이 김 전 회장을 ‘봐주기 수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더 이상 정치권의 희생양, 정쟁의 도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그는 “진실이 호도되고 본인과 회사가 정치권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작금의 사태를 보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며 “저와 쌍방울 그룹이 부도덕한 기업인, 기업으로 매도되는 현실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적었다. 작년 5월 해외로 도피한 뒤 올해 1월 검거 후 귀국한 김 전 회장이 옥중에서 입장문을 낸 건 처음이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은 2019년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대표가 도지사이던 경기도를 위해 총 8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화영(구속 기소)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최근 검찰에 “2019년 쌍방울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납하기로 한 것을 당시 이 지사에게 사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입장문에서 “‘대북 송금 사건’은 경기도와 그 관련자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며 “대북 사업이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기에 사사로운 이득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기업인으로서 애국심으로 결정하고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 등이 말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등 무려 9개 항목의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며 “최근에도 추가 기소를 당했고 검찰이 범죄사실로 특정한 횡령 혐의 액수도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어 “도대체 어느 부분을 검찰에서 ‘봐주기 수사’를 했는지 저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김 전 회장은 “일부 정치인은 저를 ‘노상강도’에 비유하고 또 다른 한편에선 ‘깡패’라고 표현하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파렴치한으로 몰았다”며 “정치인들이 사용한 단어라는 게 무색할 정도의 저급한 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노상강도도 아니고 과오에 대해 반성하고 수사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으며 현재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한 표현도 입장문에 담았다. 그는 “저는 정치와는 거리가 먼 기업인일 뿐”이라며 “저는 단지 과거에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후원한 이력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 등 쌍방울 관계자들은 지난 2021년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후원금 4000만원을 기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말한다는 이유로 제가 후원했던 정당(민주당)으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며 “마지막으로 제가 바라는 것은 저와 쌍방울 그룹 임직원들이 정치권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되며, 하루 빨리 정상화된 회사에서 임직원들이 다시 마음 놓고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성태 전 회장은 노상강도인데 검찰이 경범죄로 ‘봐주기 기소’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같은 달 30일 성명을 내고 “김 전 회장에 대한 공소장을 분석한 결과 검찰이 국가보안법, 특경가법 위반 혐의는 물론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도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주장과 달리 김 전 회장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경찰에서 수사 중이며,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특경가법 위반(배임·횡령),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 인멸 교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