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4선 구청장을 지낸 유덕열(69) 전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재직 시절 저소득층 지원용 선물을 빼돌려 지지자들에게 나눠주고, 업무추진비를 현금화해 일부를 개인 여행 경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구청 직원들은 유 전 구청장의 현금 요구에 대비해 개인 명의의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 전 구청장은 뇌물·횡령 혐의로 최근 불구속 기소됐다.
19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동대문구청 행정국 직원은 2014년 8월~12월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허위 격려금·경조사비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2840만원을 현금화했다. 직원들은 2020년 1월~2021년 5월에도 허위 명목으로 816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현금화했다. 유 전 구청장은 이 돈의 일부를 자신의 여행경비나 지인 선물, 친척에게 송금하는 데 쓴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모두 1억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현금화해 일부를 사적으로 쓴 것이다.
업무추진비 집행을 담당하는 행정국 서무 직원들은 현금 융통을 위해 ‘개인 명의의 마이너스 계좌’까지 개설했다고 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구청장 비서실 직원들은 유 전 구청장의 지시에 따라 수시로 현금을 요구했고, 행정국 직원들은 이를 제때 지급하기 위해 개인 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사비로 우선 지급하고, 나중에 업무추진비 예산에서 보전받는 식으로 일을 해왔다고 한다.
유 전 구청장은 저소득층 지원용 선물을 빼돌려 지지자에게 나눠준 혐의도 받고 있다. 2018년 9월과 2019년 1월 구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받은 기부금이나 지정기탁금으로 명절 선물을 샀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비서실장 장모(구속기소)씨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했다. 유 전 구청장은 160만원 상당의 추석 선물세트 60개, 170만원 상당의 설 선물꾸러미 100개를 사들여 지지자를 관리하는 지인이나 민원인에게 나눠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구청장은 재직 시절 승진을 대가로 구청 직원 3명으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직원들의 근무평정을 임의로 변경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청 직원들은 5만원권 수백장을 쇼핑백이나 봉투에 나눠 담아 “제가 승진에 누락되고 있습니다. 한 번 도와주세요”라며 비서실장 장씨를 통해 유 전 구청장에게 전하거나 돈 봉투를 결재판에 넣어 업무자료처럼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구청장은 1998년 동대문구청장에 처음 당선된 뒤, 2010~2022년 동대문구청장을 3연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