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씨가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알리바이’를 법정 증언했던 증인이 최근 검찰에서 “김씨 측 요청에 따라 위증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이 증인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출신 이모(64)씨다. 그는 지난 5월 김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21년 5월 3일 오후 3시~4시 50분 수원컨벤션센터에 있는 제 집무실에서 김씨 등을 만나 업무 협의를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씨는 당시 김씨와 약속 일정이 기재된 자신의 옛 휴대전화 달력 화면을 찍은 사진도 재판부에 냈다.
검찰이 “김씨가 2021년 5월 3일 유씨 사무실에서 1억원을 유씨에게 받은 혐의가 있다”고 하자, 김씨가 이씨를 통해 그날 자신은 다른 장소에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이씨를 위증 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씨가 2021년 5월 3일 김씨와 약속 일정을 휴대전화에 적어뒀다고 증언하자 재판부가 이를 확보하려고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했지만 검찰이 찾아내지 못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씨가 “갑자기 휴대전화가 사라졌다”고 말한 것도 단서가 됐다.
검찰은 최근 이씨를 피의자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용씨 측 요청에 따라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또 김씨와 약속 일정이 담긴 휴대전화 달력 화면 사진에 대해서도 “위조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미 검찰은 “(이씨의 증언과 달리) 김용씨는 2021년 5월 3일 오후 3시~4시 50분 수원컨벤션센터가 아닌 성남 분당에 있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코리아경기도 주식회사’에 있었다”는 의견서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USB(이동식 저장 장치) 자료를 재판부에 냈다. 이 USB에서 ‘텔레그램 데스크톱’ 폴더가 발견됐는데 김씨가 당시 상임이사로 있던 코리아경기도 내 자신의 사무실에 설치된 PC(개인용 컴퓨터)에서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열어 파일을 다운로드받은 뒤 폴더에 보관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가 그날 코리아경기도에서 차를 타고 나와 10분 거리에 있는 유씨 사무실에 이동해 오후 6시쯤 유씨에게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김씨 변호인인 이모 변호사, 이재명 대선 캠프 출신 박모·서모씨 등과 위증을 모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이씨가 박씨·서씨와 접촉할 경우 당 차원의 개입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이 변호사가 ‘연락책’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4일 이 변호사 주거지, 박씨·서씨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김용씨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씨에게 위증해 달라고 한 적 없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이씨 증언 내용이 객관적 증거와 명백히 배치돼 위증 혐의를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고, 다수의 조직적 가담 정황 및 물적 증거를 위조한 사실까지 확인돼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