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장기 미제 중점 처리 법관’을 최근 배치했다고 27일 밝혔다. 당사자 간 분쟁이 심한 장기 미제 사건이 많은 기업 전담 재판부 4곳에 경력 10년 이상의 판사 2명을 추가해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6년 동안 장기 미제 사건이 급증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임기 만료 한 달을 앞두고 뒤늦게 장기 미제 중점 처리 법관을 도입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이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2017년 전국 법원의 민사 1심 사건 중 2년 안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은 5345건이었다. 이후 장기 미제 사건은 2018년 6478건, 2019년 7645건, 2020년 9616건, 2021년 1만2255건 등으로 증가했다. 작년에도 1만4428건으로 늘어났다. 김 대법원장 임기 중에 장기 미제 사건이 3배 가까이로 많아진 것이다.
반면 전국 법원에 들어와 있는 민사 1심 사건은 코로나 영향 등으로 35만3520건(2017년)에서 34만3022건(2022년)으로 줄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사건이 줄었는데도 악성인 장기 미제 사건이 늘어난 것은 법원이 비교적 쉬운 사건 위주로 처리하고, 쟁점이 복잡하고 갈등이 심한 사건은 피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전국 법원의 장기 미제 사건이 해마다 건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증가율도 대체로 높아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법원이 장기 미제 사건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장기 미제 중점 처리 법관이 도입된 곳은 전국에서 서울중앙지법이 유일하다. 기업 관련 분쟁으로 쟁점이 복잡하거나 재산 가치 파악을 위한 감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건부터 장기 미제를 줄여보겠다는 취지이다.
한 부장판사는 “재판 지체가 법원 전체에 퍼져 있는 상황이라 단시간 안에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새 대법원장이 취임하면 반드시 손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