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몸통’ 중 하나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씨에게 “내가 좀 꽁쳐둔 돈이 있으니 이것 좀 줄게”라면서 1억원 제공과 함께 증거 인멸을 시도했던 것으로 7일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이런 정황 등을 토대로 김만배씨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이날 새벽 구속 기간(6개월) 만료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김만배씨와 유동규씨는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1827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등으로 1차 구속됐다. 그로부터 약 1년 만인 작년 10~11월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이후 유씨는 계속 불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지만, 김씨는 올해 2월 대장동 범죄 수익 390억원을 수표 등으로 바꿔 숨긴 혐의 등으로 재차 구속됐다.
김씨의 증거 인멸 정황은 김씨가 불구속 상태로 풀려난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 사이에 수차례 포착됐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김씨가 이번에 두번째 석방되면서 또 증거 인멸을 시도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작년 12월 초 재판 중 점심 시간에 유씨에게 “변호사 사무실로 연락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통화에서 김씨가 “요즘 많이 힘들죠? 내가 좀 꽁쳐둔 돈이 있으니 이것 좀 줄게”라며 “밖에서 잠깐 보자”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씨는 유씨에게 경기 의왕에 있는 왕송저수지 인근에서 만나자고 하면서 ‘1억원 정도를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의 만남은 실제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가 작년 12월 14일 ‘자해 소동’을 벌이면서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치료를 마친 김씨는 올해 1월 재판에서도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손바닥에 적어 유씨에게 보여주며 “텔레그램(보안성이 강한 메신저)으로 연락하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두 사람은 텔레그램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김씨는 재차 ‘돈을 만들어 주겠다’는 취지로 얘기하면서 “나는 돈을 살려야 한다. 협조해달라. 내가 재판에서 하는 증언이 맞다고 진술해달라”며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씨가 이런 제안을 거절하고 검찰에 신고하면서 김씨의 증거 인멸 시도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만배씨 등 대장동 관계자들이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이 78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명목상 김씨 몫으로 책정된 금액이 5824억원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전체 범죄 수익 중 약 4000억원을 추징보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도 아직 김씨의 범죄 수익 상당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씨 명의로 발행된 100만원권 수표 196장, 1000만원권 수표 63장 등 8억2600만원의 소재가 파악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 수표의 용처를 파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