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8월 10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지난 달 2일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인 최원종(22)에 대한 첫 재판이 14일 열렸다. 이날 최원종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증거기록을 열람한 후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유족들은 “시간 끌기 아니냐”며 분노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재판장 강현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원종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이 시작되자, 황색 수의를 입은 최원종은 무표정한 상태로 법정에 들어섰다. 짧게 깎은 스포츠머리에 검은색 뿔테 안경과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최원종이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석에선 “야 이 XX야. XX. 저 나쁜XX 저거” 등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날 재판부가 최원종 측에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묻자, 변호인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소사실 진술에 나선 검찰은 “타인이 자신을 공격한다는 망상에 빠진 상태가 심화돼, 현실이라는 확신을 갖고 극도의 폭력성이 발현됐다”며 “심층수사를 진행해 학업 능력을 갖춘 점, 인터넷으로 심신미약 감경 등을 검색한 점을 감안했을 때 심신미약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 범행으로 2명이 사망하는 등 무고한 시민 14명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다수의 살인 예고가 발생하는 등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 엄중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흉기난동' 피고인 최원종(22)이 1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리는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인은 “피고인 측은 수사기록을 열람 못했다. 공소사실 (인정)여부는 차후 기일에 말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검찰 측 증거기록을 검토하고 공소사실 인정여부와 증거 의견 여부를 정해 달라”며 20분 만에 재판을 종료했다. 그러자 방청석에선 “야이 XX야” “우리 애들 불쌍해서 어떡해…” “이게 뭐야” “뭐 하러 나왔어 XX놈아”라고 했다. 유족들은 방청석 곳곳에서 오열했다.

이날 재판이 끝난 후 이 사건으로 사망한 이희남(64)씨의 남편 B씨는 취재진과 만나 “사건 발생한 지 한 달인데, 열람을 못 했다는 거는 핑계지 않냐”며 “살인자에게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너무하다”라며 흐느꼈다.

지난 8월 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김혜빈씨의 영정이 걸려 있다. 김씨는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몰던 차량에 치인 피해자로 뇌사상태에 빠져 연명치료를 받다 8월 28일 숨졌다. /뉴스1

이 사건으로 인한 두 번째 사망자 고 김혜빈(22)양의 아버지는 “오늘 범인을 처음 대면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달려들어서 숨통을 끊어놓고 싶었다”며 “내가 차라리 저놈 숨통을 끊어놓고 내가 그냥 감옥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 딸아이의 인생을 다 망쳐놓은 그놈을 내 손으로 죽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고 인정을 안 하고 감형을 받으려고 준비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변호사도 1명에서 2명, 4명 이렇게 늘어나는 걸 보고 긴 싸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같은 경우도 다 시간 끌기 위한 거고, 시간을 벌기 위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법치주의인 우리나라에서, 끝까지 법무부를 믿고 한번 싸워볼 생각이다. 저희는 사형을 원한다”고 했다.

한편, 최원종은 지난달 3일 오후 5시56분쯤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부근에서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2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후 다시 인근 백화점에 들어가 9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살인미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전날인 8월 2일 오후 8시쯤 성남시 분당구의 백화점 부근, 지하철 야탑역·서현역·미금역 및 지하철 안에서 흉기 2개를 준비해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려다 범행을 포기한 혐의(살인예비)로도 기소됐다.

수사 당국은 최원종이 폐쇄적 심리상태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다 스토킹 조직단체가 자신을 괴롭힌다는 망상에 빠진 상태에서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봤다.

최원종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은 다음 달 10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