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윤관석 의원이 지난 18일 첫 재판에서 “돈 봉투 20개를 수수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윤 의원이 검찰 수사 이후 “돈 봉투 의혹과 무관” “검찰의 망신주기” 등 과거 강경 발언을 했던 것과 달리 법정에서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공범들의 법정 진술이 결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의원의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2부(재판장 김정곤) 심리로 지난 18일 열린 재판에서 “국회의원으로서 불미스러운 일에 가담해서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이정근(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씨 등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돈 봉투 10개씩 총 20개를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의 변호인은 “당시 윤 의원이 봉투 속을 봤는데, 300만원이 아닌 100만원이 들어있었다”며 돈 봉투 수수 금액이 6000만원이 아닌 2000만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말 당시 당대표 후보이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경선 캠프 관계자들에게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현금 6000만원을 요청하고 실제 두 차례에 걸쳐 이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2일 구속 기소됐다. 이날 재판은 구속 기소 이후 처음 열린 재판이었다.
윤 의원은 그동안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지난 4월 12일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하며 ‘돈 봉투’ 수사를 본격화 한 이후 계속해서 ‘돈 봉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달 24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후 윤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입장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유일한 증거인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부인되고 뚜렷한 물증을 찾지 못한 검찰이 또다시 구속을 통한 망신주기, 강압적 자백 강요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영장 청구서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감사의 공소장에도 돈을 받았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명시돼 있지 않다”며 “준 사람이 혐의를 부인하고 받은 사람에 대한 조사도 없이 영장을 청구한 전무후무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자 “검찰의 반(反)헌법적, 정치 보복적, 편법적인 구속영장 재청구에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이처럼 강경 발언을 이어왔던 윤 의원이 돌연 혐의를 시인하자 법조계에서는 “윤 의원이 계속 버티면 돈 봉투 사건 자체를 혼자 덮어쓰는 불리한 형국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 의원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용수씨(구속기소) 등 돈 봉투 전달에 관여된 핵심 인물들의 법정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지난 12일 재판에서 윤 의원이 돈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이정근씨를 통해 6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고, 그에 앞서 강래구 전 감사(구속기소)도 지난 7월 법정에서 윤 의원에게 전달된 6000만원 중 3000만원을 자신이 제공했다고 밝혔다. 한 법조인은 “공범들이 본인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법정 진술이 굳어진 상황에서 윤 의원도 혐의를 결국 시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부장 김영철)는 윤 의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전달받은 의원 명단을 최종 확정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검찰은 혐의를 인정한 윤 의원을 상대로도 돈 봉투 수수 의원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인물이 법정에서 어떻게 진술을 했는지는 재판부가 사건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보강 수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