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지난 대선 이후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측에 접근해 대장동 관련 검찰 수사와 재판 상황 등을 탐색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김만배씨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검찰은 최우향(55) 화천대유 이사와 A 변호사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보했는데 여기에 최씨가 이 대표 측근 두 사람을 만나 들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쌍방울그룹 부회장 출신인 최씨는 김씨의 ‘금고지기’ 역할을 하면서 대장동 범죄 수익 275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기소돼 있다. 최씨는 2021년 10월 김씨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오토바이를 타고 헬멧을 쓴 채로 서울구치소 앞에 나타나 구치소를 나서는 김씨를 호위하며 미리 준비한 차량에 태워 보내 ‘헬멧 맨’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우향씨는 지난해 7월 16일 김씨의 재판 변론을 맡았던 로펌의 대표인 A 변호사와의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금요일 오후 6시 여의도에서 뻐꾸기 형, 백 보좌관 만남. (두 사람이) 재판상황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고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상태가 어떤지, 김만배 회장 근황 등 궁금해서 보자고 함”이라며 “(내가) 유동규 변호인에게 소식 듣지 않냐고 물어보니, (두 사람이) 간간이 다른 사람 통해서 듣긴 하지만 대선 실패 후 신경을 못 쓰고 있다고 함”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 메시지에 나온 ‘뻐꾸기 형’은 박모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상임이사, ‘백 보좌관’은 백모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라고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대 1기인 박씨는 경무관 재직 중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퇴직했고 이후 경기도 지역화폐 운영사인 ‘코나아이’ 중국법인장을 지냈다. 백씨도 이재명 성남시장 수행비서 재직 시절 뇌물, 협박, 상해 등 각종 혐의로 수차례 유죄를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민주당에서 공식 직함은 맡고 있지 않으나 이 대표의 측근으로 외곽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최씨의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Mr.Lee 17일 당대표 출마 선언하며 대표된 후 검·경 일체의 소환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함” “당대표 된 후 백 보좌관은 대표실 내 직책을 맡을 것이라고 함” 등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씨가 “검사장님이 월요일 변접(변호인 접견) 가시면 형님(김만배)께서 궁금해 하시는 내용”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작년 7월 17일 민주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A 변호사는 직접 김씨의 변호를 맡지 않았지만, 작년 7월 30일에도 최씨에게 “이성문(전 화천대유 대표)의 증언 녹취록을 보고 싶은데 좀 구해주소”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 변호사는 2015년 검사장으로 퇴임한 뒤 화천대유 고문을 지냈다.

김만배 씨가 2021년 10월 15일 새벽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 밖으로 나와 '헬멧맨'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의 호위를 받고 있다./뉴스1

또 검찰은 김씨의 변호를 맡은 B 변호사가 지난 2021년 11월 29일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김씨를 접견한 뒤 ‘정(진상) 실장은 절대 출석 X’ ‘캠프에서 잘 챙기니 걱정 없다’ 등을 적어놓은 노트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B 변호사는 작년 1월 12일 김씨 가족과 통화하면서 “이번에 (김씨 재판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 보셨나. 이재명 캠프에서 전혀 불만이 없다”고도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씨가 B 변호사를 통해 이 대표 측과 계속 접촉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B 변호사는 본지에 “정진상씨가 당시 검찰 조사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고, 김씨 가족과의 통화 내용도 이재명 캠프가 대응하는 걸 지켜보자는 내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