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사건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대표가 비교적 최근까지도 ‘백현동 사건 로비스트’ 김인섭(구속 기소)씨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김인섭씨는 2006년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선거에 처음 출마했을 때 선대본부장을 맡아 이 대표 측근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작년 2월 11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김씨에 대해 “연락도 잘 안되는 사람”이라고 밝혔고, 김씨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0년 이후 이 대표와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김씨가 서로의 친분을 부인한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이 대표가 2006년 이후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재직 시절까지도 김씨를 수차례 만난 정황을 142쪽 분량의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구서에서 “김인섭씨가 2016년 6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이 대표를 위로차 방문하자 이 대표는 ‘형님, 나 때문에 고생 많습니다’라며 위로했다”고 적었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제19대 대선 출마를 위한 이 대표의 안동 강연회 등을 방문해 지지했다”며 “김씨는 이 대표가 2018년 12월 ‘친형 강제 입원’ ‘검사 사칭’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이 대표 변호인들을 통해 재판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씨는 이 대표가 2019년 9월 수원고법(2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자 걱정 되어 이 대표의 변호인 중 한 명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향후 전망 등을 논의했다”고 적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가 이 대표와의 밀접한 관계 등을 이용해 성남시의 인허가 권한과 공무원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성남시의 비선 실세’로 통했다고 보고 있다. 성남시 공무원들은 이른바 ‘눈 도장’을 찍기 위해 김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수시로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4년 12월 김씨의 가족 장례식장에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성남시 공무원 55명이 조의금을 냈다. 2015년 4월 김씨 딸 결혼식 땨 이재명 대표, 정진상씨,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약 70명이 축의금을 지급한 것도 검찰이 파악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가 2014년 5월 성남시장 재선 도전을 선언한 이 대표의 선거사무소 마련을 돕기 위해 보증금 1000만원과 임차료 약 460만원을 대신 지급했다는 내용도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았다고 한다. 김씨는 당시 이 대표의 선거 후원회장이었던 소설가 조정래씨를 만나 후원금 모집 대책 등을 협의했으며, 자신과 지인들의 돈 1500만원을 이 대표의 후원회 계좌에 납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2017년 백현동 아파트 개발 사업을 인허가하면서 김씨의 청탁으로 민간 업자에게 부지 용도 4단계 상향, 기부 채납 대상 변경 등 특혜와 함께 단독 사업권을 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은 오는 20일 본회의 보고 이후 21일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