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화영(구속 기소)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도지사의 방북을 도우면 쌍방울 그룹은 30대 재벌이 된다”는 취지로 회유하며 방북 비용 대납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이 주도한 방북 비용 대납 등 사업 추진 경과에 대해 보고받았다는 내용도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이 대표와 이화영씨가 북한 측에서 이 대표에 대한 의전 비용 등으로 방북 비용 500만달러를 요구하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김 전 회장에게 대납시키기로 했다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2019년 5~6월 사이 김씨와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에게 “도지사와 동행 방북해 협약식 내용을 공개하면 쌍방울 그룹은 30대 재벌이 무조건 된다” “이재명 방북은 반드시 추진돼야 하니 되는 쪽으로 진행하자”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한다.
김씨가 제안을 승낙한 뒤, 이씨는 김씨에게 “방북 비용 500만달러는 너무 많으니 북한과 협의해 100만달러 정도로 진행해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지시를 받은 방씨는 2019년 5~7월 사이 중국 단둥 등지에서 북한 대남공작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소속 공작원인 리호남과 수차례 만나 방북 비용을 300만달러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 무렵 이씨에게 북측이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하겠냐” “이 지사 방북만 되면 모두에게 좋으니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다’는 취지로 말하고, 이씨는 김씨에게 ‘김 회장 고맙다’고 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이 대표도 이화영씨에게 이같은 방북 추진 경과와 비용 처리에 대해 보고받은 뒤 승인했다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씨는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달러를 이미 대납하고도 대북 사업권 협약을 두 차례 체결한 것 이외엔 현실적 수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한편 쌍방울뿐만 아니라 KH그룹도 이 대표가 추진하던 대북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원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와 이화영씨는 2019년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공동 개최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2차 국제대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김성태씨에게 지원금을 요구했다. 경기도가 대회 개최 준비 비용으로 약속한 5억원가량 중 3억원만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되자 나머지 2억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 요청을 받은 김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함께 지원금을 냈다. 배씨가 지원금의 대가로 국제대회에서 북측 인사와 만나 대북사업을 논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하자 이씨는 이를 승낙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8쪽 분량 서면 진술서를 공개하며 “조폭 출신 김성태씨와 일면식도 없고, 무엇을 위해 함께 범죄를 저지르겠나”라고 했지만, 검찰은 이 대표와 김씨가 본격적인 방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미 수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점을 영장에 기재했다. 이 대표는 2019년 1월 17일 중국 심양에서 열린 쌍방울-북한 간 협약식에 참석한 이씨에게 협약식 경과 등을 전화로 보고받고, 협약식 후 열린 만찬 도중 김씨와 통화하며 “김 회장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김씨가 “북한과 사업을 잘 해보겠다”는 취지로 화답하자, 이 대표는 재차 “좋은 일 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김씨는 2019년 7월 2차 국제대회에 이 대표가 불참하자 이씨에게 이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게 해달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통화에서 김씨가 이 대표에게 “경기도와 쌍방울이 같이 행사를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하자, 이 대표가 김씨에게 “알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은 오는 20일 본회의 보고 이후 21일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