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 의원은 이날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최 의원이 기소된 지 3년 8개월 만으로, 국회의원 임기 4년의 83%를 채운 시점에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이다.
최 전 의원 혐의는 검찰이 2019년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 전 의원이 법무법인 청맥에 재직할 때인 2017년 10월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만들어 줬고, 이것이 연세대·고려대 대학원 입시에 제출됐다는 것이다. 1·2심은 최 전 의원이 해당 대학들의 입시를 방해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해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대법 전합(全合) 재판의 쟁점은 조국 전 장관 자택 PC에서 나온 하드디스크 3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느냐였다. 허위 인턴 증명서가 여기에 들어 있었다. 1·2심 재판부는 하드디스크를 증거로 인정하고 최 전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대법 전합 역시 재판관 ‘9대3′의 의견으로 하드디스크 증거 능력을 인정하며 유죄를 확정했다.
최 전 의원 재판이 3년 8개월이 걸린 데 대해 법원 안팎에서 비판이 나왔다. 이 재판은 1심에 1년 정도, 2심에 1년 4개월이 걸렸고, 대법원이 전합 회부 등을 통해 또다시 1년 3개월을 끌었다. 한 법조인은 “조 전 장관 아들이 실제 인턴으로 일했는지를 가리면 되는 단순한 사건인데 대법원이 최 전 의원 임기를 또다시 연장시켜 준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형이 실효될 때까지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한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최 전 의원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또 변호사법에 따라 4년간 변호사 활동도 할 수 없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허위 인턴 증명서’ 사건은 작년 6월 대법원 1부에 접수됐다. 주심인 오경미 대법관은 이 사건을 1년 가까이 갖고 있다가 지난 6월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대법원 소부(小部)부터 최 전 의원 사건 주심이던 오경미 대법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법원의 주류로 등장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대법원 소부에서 전합으로 넘기는 것은 대개 소부 소속 대법관 4명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새 판례를 만들 필요가 있는 때 이뤄진다.
2019년 8월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는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에게 하드디스크를 은닉하라고 지시했는데 김씨는 11일 후 이를 검찰에 제출했다. 거기서 허위 인턴 증명서 같은 결정적 증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최 전 의원 측은 ‘실질적 피압수자인 조국 전 장관 부부가 압수 수색을 참관하지 않았으니 증거로 채택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하드디스크들은 이미 여러 재판에서 유죄 증거로 받아들여진 상태였다. 최 전 의원 사건의 1·2심 재판은 물론,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씨 ‘입시 비리 사건’의 1심도 마찬가지였다.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정경심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최 전 의원 측 주장이 대법 전합에서 받아들여지면 최 전 의원 사건은 파기환송되고 무죄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날 대법 전합의 결과는 9대3으로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나왔다. 민변 회장 출신의 김선수 대법관은 스스로 이 사건을 회피해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 전 의원도 민변 출신이다. 대법원은 “김 대법관이 피고인(최 전 의원)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어서 사건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9명은 “임의 제출 과정에서 김경록씨에게 참여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하드디스크는 정경심씨 혐의에 대한 증거이면서 동시에 김경록씨의 증거 은닉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며 “하드디스크를 현실적으로 점유한 사람은 김씨이고 그에 따라 관리 처분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사람도 김씨”라고 했다. 9명에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노정희 대법관도 포함됐다.
반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오경미·민유숙·이흥구 대법관은 “하드디스크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경우 정씨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법원 내부에서는 “전합은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나 새로운 법률적 쟁점에 대해 대법이 공식 견해를 낼 필요가 있는 사건에서 열렸다”면서 “‘최강욱 사건’이 과연 그럴 만한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일선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원래대로 소부에 내려 심리했어야 한다”며 “최 전 의원 임기 연장을 위해 그랬다는 의심을 자초했다”고 했다. 소부에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오 대법관은 지난 5월 국민의힘 김선교 전 의원의 회계 담당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해 의원직을 잃게 했는데, 그때는 2심 이후 3개월이 걸렸다.
이날 선고가 나오기에 앞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정에는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입구에 서서 최 전 의원을 기다렸다. 최 의원은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인데, 이 모임의 김승원, 김용민, 황운하, 민형배, 강민정, 김의겸, 정필모 의원 등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최 전 의원과 함께 법정으로 들어가 선고를 지켜봤다.
최 전 의원은 이번 대법 전합 결과에 대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이 내린 결론이니까 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현재 대법 전합 구성원 중 대다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