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을 사실상 주도한 건 대표적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안 보고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 시작됐다. 이 대표에 대한 혐의 설명이 10분 남짓 이어지자 본회의장 맨 앞줄에서 “장관하지 말고 검사하세요”라는 민주당 의원의 고성이 들렸다. 처럼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이 낸 목소리였다. 그는 발언하는 한 장관을 향해 “한동훈 검사! 검찰 가서 이야기해라” “법원에 가서 이야기해라” 등 거친 발언을 계속해서 쏟아냈다.
한 장관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관련한 이 대표의 혐의를 본격 설명하자 역시 처럼회 소속인 김남국 의원이 “지금 뭐하는 겁니까”라고 소리치며 나섰다. 그는 “사실 요지(要旨)만 이야기하면 되는데 왜 다 얘기하고 있느냐” “여기가 법원입니까” 등 계속해서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김용민 의원은 “해야 될 말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거들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자, 다른 의원까지 항의에 가세하면서 장내 소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긴 법정이 아니라 국회다” “짧게 해라” “피의사실 공표하는 것 아니냐” “필리버스터 하느냐” 등 한 장관을 향해 계속해서 발언을 쏟아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제안 설명을 하게 돼 있고, 의원은 경청할 의무가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발언 중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계속된 소란으로 한 장관 발언이 또다시 중단되자 김 의장이 “좀 조용히 들어 달라. 의장에게 발언권을 얻지 않고 의석에서 소리 지르는 행위는 제발 좀 그만해달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김남국 의원은 이에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너무하는 거 아니예요”라며 반복해서 고함을 쳤다.
급기야 김 의장은 한 장관에게 “양이 많이 남았느냐”며 “서면으로 제출하면 안되겠냐”고 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에 대한 혐의 설명 등 준비한 발언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체포 필요성만 간략히 설명한 채 보고를 마쳤다. 한 장관의 30분 남짓 보고 중 발언 중단 시간만 10분을 넘겼다.
한 장관이 자리로 돌아온 이후에도 일부 민주당 의원의 돌발 항의는 이어졌다. 이재정 의원은 표결 장소로 이동 중 갑자기 한 장관 옆에 한참 서서 항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 장관은 별다른 대꾸 없이 정면만 바라봤다. 이 의원이 계속해서 한 장관을 향해 말을 이어가자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다가와 제지에 나섰고, 그제서야 표결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이 한 장관에게 “피의사실 공표하지 말라”고 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말이 안되는 주장”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을 지켜봤다는 한 법조인은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범죄 사실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정해진 절차이고, 과거 법무부 장관들도 다 했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