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 전담 부장판사 앞에서 이 대표 측과 검찰이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를 놓고 공방을 벌이게 된다.
검찰에서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해 온 수원지검 김영남 부장검사, ‘백현동 아파트 특혜 개발 사건’ ‘위증 교사(敎唆)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정일권 부부장 검사 등 총 7~10명의 검사가 실질심사에 나올 예정이다. 이 대표 측은 고검장 출신의 박균택 변호사를 중심으로 하는 변호인단이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실질심사에 앞서 총 16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유 부장판사에게 제출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스마트팜이든 방북이든 북측에 돈을 지급해 달라고 쌍방울에 요청한 바 없다”면서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해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쌍방울이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에게 최소 17차례 보고받은 정황, 이 대표가 보고를 받고 “잘 진행해 보시면 좋겠다”고 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등을 실질심사에서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실질심사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구속 필요성과 관련해 ‘증거인멸 염려’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중 하나가 이 대표 측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상대로 진술 번복을 해달라고 요구한 녹음 파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화영씨 아내 백모씨, 김모씨 등 민주당 인사 2명이 지난 7월 20일쯤 이화영 전 부지사를 수원구치소에서 접견하면서 나눈 대화가 담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 전 부지사 측 인물로, 이씨의 지역구였던 경기도 용인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이 파일에는 이 전 부지사가 “민주당에서 내게 요구하는 것이 있느냐”고 묻자 민주당 인사들이 “위에서 ‘검찰이 탄압해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옥중 서신을 써달라고 한다”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 등이 언급한 ‘위’가 이 대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당시는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에 대해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에게 보고하고 진행했다’고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한 법조인은 “당시 접견은 일반 면회 형식으로 이뤄졌고 면회 당사자들은 구치소 측이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전 부지사는 민주당 인사들과 접견한 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사전 보고된 내용이 아니다”라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이런 과정에 대해 검찰은 민주당 측이 이 전 부지사에게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이 대표의 육성(肉聲)이 담긴 또 다른 녹음 파일도 실질심사에서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 대표가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의 증인에게 수차례 위증을 요구한 통화 녹음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증인이 “기억 안 난다”고 하는데도 이 대표가 자신이 원하는 증언 내용을 알려주며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등으로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번 실질심사에서 검찰은 해당 녹음 파일들을 법정에서 재생하게 해 달라고 영장 전담 부장판사에게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에 대해서도 배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직접 결재한 ‘백현동 인허가 공문’ 등을 제시해 이 대표가 로비스트의 청탁에 따라 민간 업자에게 독점 사업권을 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소명할 계획이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6일 저녁 늦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세 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검찰과 공방이 길어질 전망이다. 역대 최장 실질심사 기록은 작년 12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사건’으로 10시간 6분간 심사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