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가 17일 서울고법 연구법관으로 법원에 복귀한다. 이 전 후보자는 지난 8월 22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서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지난 6일 국회에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임명 동의안을 부결하면서 대법원장에 임명되지 못했다.

이 전 후보자는 서울고법 연구법관 발령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사법 시스템이 무너져가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혼자 법원을 떠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법관으로 남아 사법부가 더 망가지지 않도록 힘쓰려 한다”고 말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이 전 후보자는 또 “현재 사법부는 재판 지연, 사법신뢰 하락 등으로 시스템이 후퇴하고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그간 쌓은 경험과 공부로 평생 몸담았던 법원이 나아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 전 후보자는 연구법관으로 근무한 뒤 향후 재판부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고 한다.

이 전 후보자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임명 동의안을 부결한 것에 대해 “앞으로 사법부가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나 야당 공세 등에 대응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면서 “법원의 미래 비전, 청사진 등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 전 후보자는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와 관련 “현재 법원의 상황을 잘 아는 분이 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재임한 6년 동안 법원의 분위기나 업무 환경, 법관 구성 등이 많이 달라진 만큼, 새 대법원장은 이를 잘 파악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 전 후보자는 “재판 지연 등 문제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데, 해결이 어렵다고 겁나서 이를 회피하면 사법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며 “작금의 법원을 잘 아시는 분이 용기 있게 나서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