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주호민씨. /주호민 인스타그램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자폐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학교 교사 사건 재판에서 당시 상황이 담긴 2시간 30분 분량의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27일 특수학교 교사 A씨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선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2시간 30분이 넘는 이 파일에는 A씨가 지난해 9월 수업 시간에 주씨의 아들(9)에게 한 발언이 담겨있다. 이는 주씨 측이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내 확보한 것이다. 주씨 측은 이 내용을 기반으로 A씨가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도 녹음파일에 담긴 A씨의 발언 등이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27일 그를 기소했다.

이날 녹취파일은 A씨가 등교한 주군과 인사를 하는 시점인 10분쯤부터 재생됐다. A씨는 30분쯤 주군에게 “옳지. 다 했어요? 우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날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문제의 표현은 녹취파일 약 35분쯤 처음 등장했다.

A씨가 주군에게 ‘부메랑’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영상시청물을 통해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A씨는 “부메랑이 날아가버렸어. 어떻게 됐어?”라고 물었는데 주군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말을 해야지. 뭘 보는 거야. 도대체. 아 진짜 밉상이야.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라고 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A씨가 주군을 향해 ‘XX’라고 했다고도 표현했지만, 이날 법정에서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검찰은 음질개선 작업을 거쳐 다음 재판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A씨는 또 49분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머릿속에”라고 말했다. 2시간이 넘어간 시점에서는 “너 성질 부릴 거야? 넌 친구들하고 못 어울려.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 가. 못 간다고. (교재를)읽으라고”라고 했다. 이어 2시간 22분쯤에는 “짜증나게 하지마”라고 하기도 했다. 또 주군이 교재에 적힌 ‘버릇이 고약하다’라는 표현을 읽자, A씨는 “너야 너. 너보고 말하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며 “어휴 싫어 싫어. 싫어 죽겠어”라고 했다.

녹음파일이 재생되는 동안 피고인석에 앉은 A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흐느끼기도 했다.

검찰은 “성실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수업과 관련 없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인 지도를 하면 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런 발언이 나왔고, 훈육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의 변호인은 “검찰은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는데, 피고인은 (주군이) 잘했을 경우, ‘옳지’ 이렇게 격려도 했다. 학대가 아니라 학업에 집중하라는 차원”이라며 “대부분(문제가 된 표현들은) 피해 아동을 향해서 한 말이 아니라 혼잣말”이라고 했다.

재판장은 “법리적인 걸 떠나서 듣는 부모 입장에선 속상할 법한 표현이긴 하다”며 “동기가 훈육이라고 하더라도, 표현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피해 아동에게 해코치를 하려고 악한 감정을 갖고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주씨의 무리한 신고였다는 지적이 거세지자, 주씨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일로 같은 반 아이들과 학부모, 모든 특수교사, 발달 장애 아동 부모들에게 실망과 부담을 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또 A씨에 대한 교사들의 선처 탄원이 이어졌고, 경기도교육청은 직위해제 됐던 A씨를 지난 8월 복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