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週) 52시간을 넘기지 않았다면 야근·밤샘처럼 몰아서 연이어 일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항공기 객실청소업체 대표 이모씨 사건에 대해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25일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 간 합의가 있으면 ‘1주 12시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른바 ‘주 52시간 근로제’이다. 1주에 12시간 넘게 초과근무를 시킨 사업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씨는 근로자 A씨(사망)에게 2014~2016년 총 130회에 걸쳐 ‘1주 12시간’이 넘는 연장근로를 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일부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초과근무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이씨 회사의 근로자는 3일 근무하고 하루를 휴식하는 식으로 일했다. 보통 1주에 5일을 근무했지만 어떤 주는 3일, 4일 또는 6일씩 근무하기도 했다고 한다.
1·2심은 A씨의 초과근무 시간을 ‘하루’를 기준으로 따졌다. 가령, 일주일 중 2일을 15시간씩, 3일은 6시간씩 일했다면, 15시간 일한 날의 초과근무 시간을 7시간으로 보고 그 주의 초과근무시간을 14시간으로 계산했다. ‘1주 12시간’을 넘겼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위반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한 주’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A씨가 그 주에 48시간 일했기 때문에 그 주의 초과근무 시간은 48시간에서 40시간(1주 법정 근로시간)을 뺀 8시간이 되고 결과적으로 ‘1주 12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시간의 한도를 1주간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고 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109개 주(週) 중에서 3개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 판결은 ‘1주 12시간’이 상한인 초과근무 시간을 계산하는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 ‘주 52시간’만 지킨다면 일을 몰아서 하는 근로 형태는 형사 처벌 못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다만, 연장 근로 수당을 줄 때 하루 단위로 산정하는 것과는 별개다. 이번 판결은 야근이나 밤샘이 잦은 드라마 촬영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하루 기준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 합이 ‘1주 12시간’을 넘는 것, 한 주 기준 40시간 초과 근로 시간이 12시간을 넘는 것 모두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해 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행정에 적용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1일 8시간을 법정 노동시간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판결”이라며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보완 입법이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