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 5명을 재수사한다고 18일 밝혔다. 작년 11월 1심 법원이 이 사건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12명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청와대 선거 개입’의 실체를 인정한 지 50일 만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 청와대가 지난 2018년 송철호씨가 출마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 내 8개 부서가 송철호씨 당선을 위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하명(下命) 수사를 지시했으며, 민주당 내 송씨 경쟁 후보를 매수했다는 등의 혐의였다. ‘하명 수사’ 혐의에는 조 전 수석과 이 전 비서관, ‘경쟁 후보 매수’ 혐의엔 조 전 수석과 임 전 실장 등이 연루돼 있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4월 세 사람에 대해 “범행에 가담한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불기소 처분했다. 그 직후 이 사건 고발인인 국민의힘은 조 전 수석 등에 대한 재수사를 지휘해달라는 취지로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냈다. 그로부터 약 3년 만인 이날 서울고검은 “기존 수사 기록, 공판 기록 및 최근 1심 판결 등을 면멸히 검토한 결과 ‘하명 수사’와 ‘경쟁 후보 매수’ 혐의 부분에 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를 명령했다. 재기수사는 상급 검찰청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하급청에 사건을 다시 수사하도록 지휘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사건을 수사 부서에 배당하고 재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4년 전에도 검찰은 2017년 10월~2018년 6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직원 문모씨가 송병기씨로부터 입수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비위 정보를 가공했으며, 이 첩보가 이광철 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됐고 백 비서관이 이를 다시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도록 요청한 사실 등을 밝혀냈다. 민정비서관과 반부패비서관은 민정수석 산하다. 검찰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김기현 당시 시장에 대한 경찰 하명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확보했었다.
당시 중앙지검장은 친문(親文) 검사로 꼽히는 이성윤 검사장이었다. 그는 이 사건 기소 자체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사건 1차 기소 전날인 2020년 1월 28일 세 차례에 걸쳐 기소 결재를 요청했는데도 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지휘부와 수사팀을 불러 회의를 열고 송철호씨 등의 기소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도 이성윤 검사장만 기소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후 수사팀이 조 전 수석 등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했지만 이 검사장은 사건을 계속 뭉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중앙지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퇴임한 지 한달 뒤인 2021년 4월 “조 전 수석과 이 전 비서관이 하명 수사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며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경쟁 후보 매수’ 혐의를 받던 임종석 전 실장 등도 비슷한 사정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하명 수사’ 혐의는 작년 11월 이 사건 1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송철호씨와 황운하 의원, 송병기씨가 모두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백원우 전 비서관, 박형철 전 비서관은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대통령 비서실에서 경찰청을 통해 울산지방경찰청으로 이첩된 범죄 첩보서에 따라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며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은 그 수사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고 했다. 이어 “국민 전체에 봉사해야 할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도 했다.
다만, ‘경쟁 후보 매수’ 혐의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혐의로는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현 민주당 의원)이 유일하게 기소돼 있다. 한 전 수석은 송철호씨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다른 공직을 제안하면서 후보에서 사퇴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았는데, 재판부는 “임동호씨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면서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성윤 중앙지검장 시절 관련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만큼 보강 수사를 진행하면서 서을고검의 결정에 따라 조 전 수석, 임 전 실장 등의 공모 여부도 규명할 방침이다.
조 전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끝도 없는 칼질이 지긋지긋하다”며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썼다. 임 전 실장은 YTN에 출연해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