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 신모씨가 작년 8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뉴스1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의 운전자 신모(28)씨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도주치사 혐의를 받은 신씨에 대해 검찰의 구형 의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하지만, 사고 현장을 벗어나면서 목격자가 여럿 있었는데도 현장을 벗어나는 이유도 알리지 않았고, 119 도착 전 임의로 이탈한 점 등을 보면 이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의 주장은 납득할만한 합리적 근거가 부족해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케타민 약물의 영향으로 운전하지 말라는 의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운전했고, 피해자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사고 당해 죄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며 “범행 직후 증거인멸에 급급했으며, 체포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보며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다”고 했다. 또한 “피해자는 석달 이상 의식불명으로 버티다 사망해 피해자 가족의 상실감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요즘 우리 사회에서 늘어나는 마약 투약으로 무고한 사람을 사망하게 할 수 있어 마땅히 중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권나원 변호사는 이날 선고 이후 “검찰의 구형이 조금 더 높았다면 조금 더 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현재 신씨와 관련해 수사 중인 부분이 추가 기소가 이뤄진다면 더 높은 형이 선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신씨 측은 결심공판 직후 합의를 위해 만나자는 의사를 전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신씨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혐의 인정을 요구한 것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있다’ 정도였을 뿐 뉘우친다거나 하는 입장 변화가 없어서 합의를 위한 연락이나 만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피해자 부모님은 여전히 큰 상심에 처해 있어 재판 진행 상황을 듣는 것 자체를 괴로워한다”고 유족의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유족은 이날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씨는 지난 8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를 몰고 인도로 돌진했다가 20대 여성을 뇌사상태에 빠뜨린 뒤 도주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신씨는 당시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 차례 투약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피해자는 작년 11월 사망했고, 검찰은 도주치사 등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신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