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잡는 시민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술에 취한 여자 승객의 집에 따라가 성관계를 했다가 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택시기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옥희)는 강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4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택시기사 A씨는 2022년 7월 30일 오전 3시 40분쯤 경기 구리시 한 도로 앞에서 술에 취한 여성 승객 B(35)씨를 차에 태웠다. 이후 A씨는 목적지인 B씨 주거지에 따라 들어가 방 안에 누운 B씨에게 성관계를 시도했다.

사건 직후 B씨는 “원치 않는 상황에서 성관계했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B씨는 “택시기사에게 카드를 제시했지만 결제도 하지 않고 집에 데려준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성행위를 시도할 때 분명 남자친구가 있어 안 된다고 말했는데도 A씨가 강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가 만취 상태인 자신을 의도적으로 해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A씨가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를 성폭행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A씨의 진술은 달랐다. 여성 승객과 합의 하에 성관계했다는 것이다. A씨의 주장은 이랬다. B씨가 함께 술을 마시자고 해 집을 따라갔고, 30~40분간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했다. 그러던 중 B씨가 “동거하던 남자친구의 허락을 받아도 되느냐”고 물었고, A씨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 성관계를 즉시 멈추고 집을 나왔다고 한다.

법정에 선 A씨는 “무사고로 12년 가까이 일을 했는데 이런 일이 있으면 개인택시를 못 받기 때문에 항상 조심한다”며 “일도 끝나고 B씨가 술 마시자니까 한 잔은 괜찮겠지 하고 따라갔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성관계에 강제성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B씨가 택시 안에서 A씨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듯한 말을 한 점, 택시에서 내린 직후 A씨와 B씨가 손을 잡고 빌라 주차장을 통과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된 점, 빌라 엘리베이터 안에서 B씨가 A씨에게 안긴 점 등이 판단 근거였다.

또, 택시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범행이 쉽게 발각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A씨는 카드 결제를 받은 사실도 고려했다. B씨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하는 점도 무죄 판결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성범죄 전력이 전혀 없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했을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