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 법원, 검찰과 경찰에서도 최근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사건 처리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도우미 역할을 AI에 맡기려는 것이다. 수사와 재판에서 발생하는 오판(誤判)과 지체를 줄이고 인력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오는 9월 AI를 활용한 재판 업무 보조 시스템을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에 도입하기로 했다. AI가 재판을 맡은 판사에게 비슷한 사건들의 판결문을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지금은 판사들이 법원 전산망에 사건 관련 핵심 단어를 입력해 판결문을 검색해야 하는데 담당 사건에 가장 가까운 사례를 찾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AI가 특정 사건과 일치율이 높은 판결문을 신속하게 찾아준다면 쟁점 분석과 법적 판단이 빨라져 재판 지체를 해소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AI를 재판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하다. 하급심이 법률 적용을 잘못해 상급심에서 파기된 사건들을 데이터베이스(DB)에 담은 뒤 판결문 작성 시스템에 연결하면 오류를 자동 점검할 수 있다. 또 형량 결정을 AI에 맡기면 판사마다 형량이 들쭉날쭉한 ‘고무줄 재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한 판사는 “이미 대법원이 형량 결정 요소와 가중, 감경 방법을 담은 ‘양형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AI를 가미하면 형량 편차가 줄어들면서 재판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도 내년 말까지 검사와 수사관 대신 AI가 유사 사건 검색과 수사 정보 요약, 형량 제안 등을 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AI가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계적으로 처리 가능한 업무를 대신해 준다는 것이다. 한 검사는 “수사가 빨리 진행되면 재판도 일찍 시작할 수 있다”면서 “형사 사건으로 수사·재판을 받는 국민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 AI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도 수사에 AI를 여러모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보이스 피싱에 사용된 목소리를 분석해 범죄자를 체포할 수 있는 ‘케이봄’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챗GPT를 이용하면 범죄 조직의 온라인 아이디(ID)를 추적하는 데 필요한 코딩 작업도 가능하다고 한다. 또 외국 경찰에 공조 수사를 요청할 때 필요한 문서를 해당 국가 언어로 번역하는 데도 챗GPT가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