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희 대법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신숙희(54·사법연수원 25기) 신임 대법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성 대법관의 비율이 전체의 절반 정도까지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 후보자는 또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더라도 여성이나 가족 정책을 수행할 기관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신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여성 문제에 대해 적극 발언했다. 신 후보자는 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다양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여성 대법관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자 대다수 여성들의 생각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성 대법관 비율에 있어) 인구 대비 대표성은 유지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 의원이 “인구 대비라고 한다면 적어도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미냐”고 묻자 “반대하실 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향후 좀 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수긍하는 취지로 답했다. 신 후보자가 임명되면 전체 대법관 14명 중 여성은 3명이 된다.

신 후보자는 사회 각 영역에 여성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여성 할당제’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신 후보자는 다만 “국내 성별 갈등이 첨예하고, 그 근본에 (남성이 부담하는) 병역 의무가 도사리고 있다”며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소책을 마련한 후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또 “데이트 폭력이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민주당 허숙정 의원의 질문에는 “헤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을 내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신 후보자는 허 의원이 질문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진 않았다. 그는 “대법관 후보자로서 말씀드리기 곤란한 지점이 있다”면서도 “여가부가 폐지되더라도 여성‧가족 정책을 다루는 기관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2017년 8월 오현석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렸던 글을 언급하며 법관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제기하자, 신 후보자는 일부 수긍했다. 당시 오 부장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 “개개의 판사들 저마다 정치적 성향들이 있다는 진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적어 논란을 일으켰다. 신 후보자는 “그 말씀은 굉장히 부적절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법, 우리법 등 법관 연구모임 소속에 따라 편향적인 재판 진행이나 선고가 있다는 정 의원의 지적에는 “법관들은 법과 원칙, 증거에 따라 재판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과 관련해 “1심 판결문에 의하면 사법권 독립 침해가 있었느냐”고 묻자, 신 후보자는 “있었다고 보인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이 사건의 세부 내용을 언급하며 의견을 묻자 신 후보자는 “제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서울고법에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배당됐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신 후보자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법관이 특정한 집단이나 이념에 대한 편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전제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법관에게는 수시로 바뀌는 여론이나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