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에서 당선 무효 벌금형을 선고받은 강종만(70) 전남 영광군수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고발인이자 핵심 증인이 기존 주장을 뒤집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 사건 고발인 조모(46)씨는 “당시 강 군수의 상대편 선거캠프에 포섭돼 ‘고발 사주’를 받았고, ‘위증 부탁’을 받아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며 최근 검찰에 자수했다.

2022년 7월 강종만 영광군수가 영광공설추모공원과 영광공립요양원 건립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이즈음부터 강 군수는 조카손자로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해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영광군 제공

조씨는 강 군수의 선거법 사건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선거를 도와달라’는 강 군수의 부탁과 함께 100만원을 받았다”고 증언했고, 이 발언은 1·2심 유죄 판결(벌금 200만원)의 핵심 증거로 채택됐다. 강 군수는 최근 조씨를 위증죄로 고소하며 수사 기관에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를 전후해 영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5일 본지가 입수한 조씨의 자수서와 강 군수의 고소장 등에 따르면 사건은 2022년 1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일 사달라던 조카 손자, 돈 받고 ‘고발’

강종만 군수는 영광군수 선거를 4개월 반쯤 앞두고 조카 손자인 조씨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설 명절 선물용 과일 세트를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조씨는 강 군수를 평소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강 군수는 이날 손자 조씨를 직접 만나 현금 100만원을 건네면서 “과일은 그냥 두라”고 했다. 강 군수는 본지 통화에서 “명절 때마다 사과와 배를 사달라는 손자의 부탁을 못 들어줘 미안한 마음에 도와주는 마음으로 돈을 건넸다”며 “마침 아들이 주고간 용돈 봉투를 그대로 전달했던 기억도 난다”고 말했다.

5개월 뒤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 강 군수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앞서 2006년에도 그는 무소속으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영광군수가 됐었다. 민주당 텃밭에서 두 차례나 무소속 단체장이 된 것이다.

2022년 8월, 강 군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고발인은 다름 아닌 강 군수 경쟁 후보 캠프에서 선거 운동원으로 활동한 조카 손자 조씨였다. 조씨는 당시 “할아버지가 ‘선거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현금 100만원을 줬다”고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당시 ‘증거 불충분’으로 이 사건을 불송치했는데, 검찰은 보완 수사 후 그해 11월 강 군수를 재판에 넘겼다.

이듬해 4월 조씨는 1심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수사받을 때와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런 증언을 바탕으로 광주지법은 작년 6월 강 군수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1월 항소심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강 군수는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강 군수는 직을 잃게 된다.

◇항소심 유죄 나오자 “위증했다” 자수

그러나 항소심 선고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달 29일 조카 손자 조씨가 돌연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는 자수서에서 “선거 당시 강 군수 상대편 후보 쪽 핵심 관계자가 ‘강 군수가 선거 협조를 부탁하며 돈을 줬다’고 제보해주면 5억원을, 수사 과정과 법정 등에서 허위 증언을 해주면 2억원을 추가로 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그들은 ’고발 사주’와 위증을 유도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조씨는 또 “과일을 사달라고 요청할 당시 강 군수는 집안 어른으로서 모른 척하기에 마음이 걸렸던 말투를 사용했다”며 “당시 돈을 주며 ‘선거를 도와달라’고 말한 사실은 없었다”고 실토했다.

강종만 군수는 조씨의 자수 사실을 알게된 직후 그를 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군수는 본지에 “정치 공작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줄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며 “허위 증언에 근거한 유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지 않도록 피고소인(조씨)에 대한 수사가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대법원, 수사 지켜본 뒤 판단할 듯”

법조계에서는 “사실심이 끝난 이후 중대한 사정 변경이 생겼기 때문에 대법원이 판결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한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해당 인물(조씨)을 다시 불러서 신문하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이 사람이 실제 위증한 게 맞는지, 아니면 자수한 것도 허위 인지 등이 가려지려면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위증이 사실이라고 판단되면 사건을 파기환송시켜서 하급심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할 것이며, 자수 내용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지면 원심을 확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고발인의 증언이 핵심 증거가 맞고, 허위 증언이라는 근거가 어느 정도 있다면 대법원은 판단을 보류한 채 검찰 수사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검찰의 위증죄 기소가 기준이 되거나 법원의 위증 확정 판결이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재심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대법원이 쉽게 확정 판결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