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쌍방울그룹의 방북 비용 대납을 보고했다는 진술 내용이 5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도지사의)방북비용을 알아서 전부 처리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부지사는 또 “이 대표가 ‘잘 진행해 보면 좋겠다’고 대답했다”고 검찰에 말했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쌍방울 대북송금 사실 등을 보고했다고 말한 사실은 일부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정황과 진술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이날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선 검찰 측의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서증조사는 검찰이 신청한 증거 중 채택된 내용을 공개하고 입증 취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증거 중에는 이 전 부지사의 피의자 진술 조서가 일부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이 내용을 제시하며,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이 묻기도 전에 먼저 방북비용 대납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검찰이 공개한 진술 조서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9일 검찰 조사에서 처음 방북비용과 관련한 자백 진술을 했다. 검찰은 “당시 (이 전 부지사가)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며 진술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성태가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100만~200만 달러를 보내고 계약서를 쓰는 등 일이 잘 되는 거 같다고 (이 대표에게)보고했고, 2020년 초 방북이 성사될 거 같다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이 전 부지사는 같은달 14일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에게)현대아산과 같은 기업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며 “방북 비용에 대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변호인이 참여할 때 말씀드리겠다”고 진술했다. 같은달 18일 진행된 조사는 당시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던 법무법인 해광의 변호인 동석 하에 진행됐는데, 이 전 부지사는 이 자리에서 “쌍방울 김성태가 방북비용을 알아서 전부 처리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서에 적혀있다.

그는 또 “제가 (2019년 열린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국제대회를 마치고 이 대표에게 김대중 대통령 방북 당시 현대아산의 예를 들며, ‘기업을 껴야 방북이 수월하다’고 말씀드렸고, 이 대표도 ‘잘 진행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당시 도지사)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방북비용 대납을 (쌍방울에)부탁했고, 100만~200만불이 북한 측에 전달된 사실과 2020년 초순 방북 예정임을 이 대표에게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이를 번복하고 “검찰의 회유와 압박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누구의 강요나 회유로 진술한 게 아니라, 알고 있는 내용대로 진술한 것”이라며, “(이 전 부지사가)지인들에게도 검찰의 협박과 회유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한편,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지난 2022년 10월 시작돼 1년 5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달 말 검찰의 구형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