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변호사는 최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B씨를 접견했다. B씨는 자기가 상장 기업 여러 곳을 소유하고 있고, 서울 강남의 청담동과 서초동에 건물도 갖고 있다고 했다. A 변호사는 고액 수임료를 기대하며 B씨 사건을 맡았다.
하지만 B씨는 A 변호사에게 법률 상담보다는 잦은 접견을 요구했다. B씨는 ‘여성 비키니 사진을 가져오라’는 심부름도 시켰다고 한다. A 변호사가 반발하자, B씨는 A 변호사를 해임했다. 이후 서울지방변호사에 A 변호사에 대한 진정이 들어갔다. A 변호사가 수감자의 말동무 역할을 하거나 심부름을 해주는 ‘집사 변호사’로 자주 접견했고, 구치소 반입 금지 물품을 들여오는 것을 도왔다는 내용이었다. 진정은 B씨가 새로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들어왔다고 한다.
서울변회는 지난달 29일 소속 변호사들에게 ‘접견 피싱’을 주의하라는 메일을 보냈다. ‘최근 서울구치소의 한 수감자가 위조 공문서를 제시하며 재력을 과시해 변호사를 속여 접견 피싱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 수감자는 이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여러 변호사에게 피싱을 시도했으니 구치소 방문 시 유의하라’는 내용이다.
‘접견 피싱’으로 징계당한 변호사도 있다. C 변호사는 2018년 가짜 서류로 부자 행세를 한 수감자를 매달 15~20회, 한 번에 5~10분 정도 접견했다. C 변호사는 선임 계약을 하지 못했는데, 수감자는 C 변호사가 ‘개인 정보 누설’을 했다며 대한변협에 진정을 냈다. 결국 C 변호사는 ‘견책’ 징계를 당했다.
법조계에선 ‘접견 피싱’이 사건을 맡기 어려운 변호사 업계 상황을 보여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21년 1.1건으로 2013년 2.05건의 절반 수준이다. 2013년 1만6000여 명이던 변호사는 현재 3만4000여 명이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특히 사건 수임이 힘든 저연차 변호사들의 피해 사례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