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확정받은 사단장에 대한 군(軍)의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군이 징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육군 17사단장(소장)이던 송모씨는 2014년 10월 여군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돼 구속됐다. 송씨는 구속과 동시에 사단장에서 해임됐고, 임시 직위인 ‘정책연구관’이 됐다. 현역 장성이 성추행 사건으로 구속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었다.
군검찰은 그해 11월 송씨를 구속 기소했고, 국방부는 같은 달 송씨에게 ‘기소 휴직 명령’을 내렸다. 기소된 군인이 공무를 맡지 못하게 해 국민 불신을 막고, 재판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송씨는 1·2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송씨는 2심 선고 이후인 2015년 12월 파면됐다.
송씨는 2018년 12월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파면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송씨 패소 판결을 했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우선 2014년 11월 송씨에 대한 기소 휴직 명령이 무효라고 봤다. 2심은 “육군은 휴직 명령을 (수감 중인) 송씨 측에 우편 등으로 보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육군 장군 인사실이 송씨에게 휴직 명령을 전달한 자료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기소 휴직 명령이 송씨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돼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휴직이 안 됐다면 파면 처분 당시 송씨가 현역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할 수 없다는 게 2심 판단이다. 군인사법은 임시직인 정책연구관에 배치된 후 3개월 내 정식 보직이 주어지지 않으면 자동 전역된다고 규정한다. 송씨는 정책연구관이 된 후 다른 보직을 받지 않았고, 휴직 처리도 되지 않아 2015년 1월 자동 전역됐다는 것이다.
군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원심은 기소 휴직 명령의 효력 발생 요건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20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