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3인조 소매치기단이 작년 11월 서울 지하철에서 피해자 주변을 둘러싸고 범행하는 장면. '바람잡이'는 피해자 앞을 막고 시선을 돌리는 일을, '안테나' 역할은 주변 사람들 시선을 돌리는 일을, '기계' 역할은 피해자 지갑을 빼내는 일을 담당했다./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러시아에서 서울 지하철로 원정(遠征) 소매치기를 하러 온 3인조 일당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성 A씨(46), B씨(46)와 여성 C씨(39) 등 러시아인 3명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3인조는 작년 11월 관광비자로 입국해 서울 지하철에서 승객들의 지갑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직접 소매치기를 하는 ‘기계’와 기계를 보호하는 ‘바람잡이’, 주변에서 망을 보는 ‘안테나’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움직였다. 여성인 C씨가 바람잡이 역할을 맡아 피해자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두 남성이 망을 보며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타켓은 주로 에코백 등 잠금 장치가 없는 가방을 멘 여성들로 나타났다.

3인조는 9일간 지하철에 45시간 탑승하거나, 2개 정거장 거리를 2시간 동안 반복해서 오가는 방식으로 혼잡한 지하철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한국에 입국하기 전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매치기 역할 분담’ 등 게시글을 이용해 범죄를 모의했고, 15일간 범행을 마친 후 도주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은 도난 신고를 받고 잠복 수사를 벌인 경찰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3인조는 이 같은 방식으로 승객 2명에게서 현금과 상품권, 지갑 등 시가 2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판사는 3인조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김 판사는 “A씨 등이 절도 범죄의 실행을 목적으로 사전에 범행을 모의하고 역할 분담을 정한 후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죄질이 나쁘다”고 했다. 다만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범행을 모두 자백하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