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 남산타워·광안대교 10분간 소등 - 22일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왼쪽)와 부산 광안대교(오른쪽)의 조명이 꺼져 있다. ‘지구의 날’인 이날 오후 8시부터 10분간 전국 주요 랜드마크에서 지구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소등 행사가 진행됐다. 작은 사진은 남산서울타워와 광안대교의 소등 전 모습.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기후 소송’에 대한 첫 공개 변론을 23일 진행한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청소년 환경 단체 등이 낸 헌법소원 4건에 대해 본격 심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기후 소송’ 4건, 헌재 본격 심리

국내 최초의 기후 소송은 지난 2020년 3월 제기됐다. 청소년 환경 단체인 ‘청소년 기후 행동’ 회원 19명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옛 녹색성장법과 시행령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24.4%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는 국제 기준에 비춰 부족하고 기후 위험을 예방하는 데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 2022년 시행령이 차례로 제정됐다. 여기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한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그러자 청소년 환경 단체는 “이 법과 시행령도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면서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과잉 침해한다”는 주장을 헌법소원에 추가했다.

비슷한 취지의 헌법소원의 세 건이 더 제기됐다. 시민 123명, 영유아 62명의 부모, 다른 시민 51명이 지난 2021년부터 작년까지 잇따라 헌법소원 청구인으로 나섰다. 헌재의 23일 공개 변론은 첫 기후 소송이 제기된 이후 4년 1개월 만이다.

◇“정부 조치 미흡” VS “실정에 맞춘 것”

기후 소송 청구인들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이행이 불충분하며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년 대비 40%로 감축’ 목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며 이행도 2028년 이후로 대폭 미뤄져 문제라는 것이다. 또 이들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원 조달 방법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청구인들은 “정부는 현재 세대가 져야 할 책임을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생명권, 건강권, 평등권, 환경권, 재산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당했다”고 한다.

그래픽=송윤혜

반면 정부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근거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각국의 산업 구조, 배출량 정점 및 감축 시작 시기 등 실정에 맞춰 결정하는 것인데 이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40% 감축’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비율이 높은 국내 여건에서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산업 부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인 조치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이 2028년 이후 높아지는 이유는 감축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시간, 정책 효과 발생을 위한 시차 등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국내 산업계 “비현실적 논의”

해외에서는 기후 소송에서 승소 사례가 나온 바 있다. 지난 2021년 독일 헌재는 “미래 세대를 보호하는 예방 조치도 국가의 의무”라고 판단했다. 또 네덜란드 대법원도 지난 2019년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의 25%까지 감축하라”면서 “정부와 국회의 재량은 위반하지 않은 때에만 허용되는데 (환경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국민 인권이 침해된다면 (사법부가) 법으로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헌재는 기후 소송을 심리한 전례가 없다. 한 변호사는 “헌재가 공개 변론을 하기로 했지만 이 소송이 도중에 각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은 다른 법적 구제 절차를 모두 거친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기후 소송은 다른 절차 없이 바로 헌재로 왔다. 또 정부의 잘못된 대응으로 기후변화 피해가 생겼다는 점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소송을 두고 국내 산업계에서는 “비현실적인 논의”라는 반응이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목표를 내놓자마자 해마다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늘어나 버릴 정도로 무리한 계획이었던 것”이라며 “4.9%대인 연간 감축률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에너지·산업·건물·수송 등 주요 부문 가운데 비율이 가장 큰 산업 부문 배출량은 0.4%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탄소 감축만 추구한다면 모든 공장을 다 멈추는 게 맞지 않느냐”며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려다 가난한 지구를 물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