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대중화를 이끌며 ‘가치투자 전도사’ ‘동학개미의 멘토’로 불렸던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자신의 불법 투자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10억원대 소송에서 패소했다.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뉴스1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송승우)는 지난 3일 존 리 전 대표가 한국일보와 기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사건은 한국일보가 2022년 6월 존 리 전 대표의 불법 투자 의혹을 금융당국이 조사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면서 시작됐다. 존 리 전 대표가 자신의 아내 이름으로 투자한 지인의 부동산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등에 자신이 대표인 메리츠자산운용 금융상품을 투자하는 등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존 리 전 대표는 그해 12월 허위 기사로 인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한국일보와 기자들에게 총 10억원 배상과 함께 정정보도문 게재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존 리 전 대표는 배우자가 해당 P2P 업체에 투자한 것은 차명 투자가 아니고 개인 돈을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메리츠자산운용의 투자 대상은 해당 P2P 업체가 아닌 그 회사가 중개하는 상품일 뿐이고, 지인이 해당 업체 대표도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존 리 전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기사가 허위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존 리 전 대표가 보도 내용에서 문제 삼은 ‘차명 투자’ 표현에 대해서는 “배우자는 도예 작가로, 존 리 전 대표는 그 자금 출처에 관해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허위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또한 해당 보도는 공익을 목적으로 한 기사로 반론을 담았고, 기자들이 관련 형사 사건에서 모두 ‘혐의 없음’ 결정을 받아 위법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존 리 전 대표가 보도 당시 지인이 P2P 업체의 대표가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회사 설립이나 운영에 관여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보도 내용의 지엽적 오류에 불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금융당국 조사 결과 메리츠자산운용이 이 회사 중개상품에 투자한 금액이 보도에서 언급했던 60억원을 크게 넘어선 780억원이었던 점도 허위 보도로 볼 수 없는 근거로 삼았다.

2014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한 존 리 전 대표는 각종 강연과 인터뷰 등에서 ‘오랜 기간 가치투자를 하라’는 주식 투자 조언을 해왔다. 그러다 코로나 초기인 2020년 이른바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과 존 리 전 대표의 이름을 합성해 ‘존봉준’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부동산 P2P 업체 차명 투자 의혹이 불거지며 바깥으론 주식투자를 권하면서 자신은 부동산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존 리 전 대표는 2022년 6월 대표직을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