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최근 “법 절차상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야 한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 총장은 이날 오후 6시 30분 퇴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김 여사 소환 필요성을 묻는 물음에 “수사팀이 조사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해 바른 결론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며 “법 앞에는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을 늘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이 김 여사 소환 필요성을 완곡하게 밝힌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총장은 최근 가까운 지인들에게 디올 백 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국민들은 검찰이 법리뿐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려 주기를 바랄 것”이라며 “중앙지검에서 노력은 하겠지만, 절차를 엄하게 갖춰야 한다. 반드시 소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는 금품 수수 금지 조항은 있고 처벌 조항은 없지만, 처벌과는 무관하게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총장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김 여사 소환 조사를 시사한 것은 이 총장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이 총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1심 선고를 나흘 앞두고 민주당이 ‘대북 송금 특별검사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 “사법 방해 특검”이라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2일 김 여사 ‘디올 백 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 수사팀을 꾸려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 1부에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안 돼서 결국 내가 나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지난달 9일 윤 대통령이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고 말한 데 대해 이 총장은 “대통령의 ‘대리 사과’만으로는 상황이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이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 11일 만인 지난달 13일 법무부는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하며 김 여사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검사들을 모두 교체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김 여사 방탄용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이 총장은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새로 불거질 것은 없는 사건이지만, 중앙지검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거니까 (수사팀 뜻에) 따라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도, 디올 백 사건도 원칙에 따라 엄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의 한 지인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4월 고발돼 4년 넘게 수사했으니 새로 나올 혐의는 없지만, 법적 절차는 마쳐야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장은 야당의 이른바 ‘이화영 특검법’ 발의에 대해서도 주변에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도둑이 경찰을 잡자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화영 사건은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재판 특검’을 해서 왜 유죄 판결이 났는지 따지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트럼프 수사했다고 해서 트럼프가 공화당 다 모아서 특검 임명해서 배심원하고 검찰청 특검하자는 소리 아니냐”고도 했다고 한다.
이 총장은 3일 퇴근길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화영 특검’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2억5000만원이 넘는 불법 뇌물, 3억3000만원이 넘는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고, 800만달러(약 100억원)나 되는 돈을 북한에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측이 특검법을 발의해 검찰을 상대로 수사한다는 것은 그 뜻과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 국민이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특검은 검찰에 대한 겁박이자, 사법부에 대한 압력으로 ‘사법 방해 특검’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