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성형 수술로 심각한 부작용이 생겼는데도 보형물 제거를 거부하다가 뒤늦게 후각을 잃은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1심에서 기각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강신영 판사는 환자 A씨가 대학병원과 담당 의사를 상대로 2억원을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담당의에게 A씨의 치료를 지연하거나 조치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15년 말 A씨가 코 내부 염증과 분비물 배출 증상을 호소하며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이 발단이다. 앞서 2006년 한차례 코 성형을 한 A씨는 2013년 11월 다른 병원에서 보형물을 바꾸는 재수술을 받았는데, 이 부위가 수술 후 심각하게 감염된 상황이었다. 담당 의사는 감염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코에 들어간 보형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권유했지만, A씨는 이를 거듭 거절했다.
A씨는 이듬해 2월 수술 없이 주사 치료를 받겠다며 입원을 요청했지만, 병원은 수술이 아닌 주사 치료 목적으로 입원이 어렵다며 거절했다. 다만 담당의는 자신이 진료하지 않는 날에도 A씨가 주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조치했다. 이후 의사의 지속적인 권유로 A씨는 같은 해 3월 뒤늦게 보형물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A씨는 5월부터 후각에 이상을 호소했고, 결국 증상이 악화돼 후각을 영구적으로 상실하게 됐다.
A씨는 해당 병원과 의사가 항생제 등으로 제때 치료하지 않아 상태가 악화됐다고 주장하며 치료비와 위자료 등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다른 대학 병원의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당 의사는 감정의들과 동일하게 보형물 제거가 근본적 치료 방법이고, 주사 및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그런데 A씨는 보형물 제거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치료 방법을 임의로 선택하려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종합하면 병원의 책임으로 치료가 지연됐다거나 의사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담당 의사가 적정한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항생제를) 늦게 투여한 것을 의료상 과실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를 후각 소실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