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 보조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지원해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일했던 청년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21)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 7월 31일 확정했다.
김씨는 만 18세이던 2022년 6월 ‘캔들 포장 알바’ 채용 공고를 보고 온라인으로 이력서를 냈다. 그런데 해당 공고를 낸 업체가 갑자기 ‘채용을 못 하게 됐다’며 다른 회사의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를 제안했고, A씨는 이를 승낙했다.
새로 소개받은 회사는 A씨에게 “재무설계 의뢰인에게 돈을 받는 업무”라며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100만원씩 나누어 무통장 입금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A씨가 회사 지시로 만난 이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었고, 김씨는 피해금을 수거하는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 A씨는 2022년 7~8월 1억원이 넘는 돈을 피해자들로부터 받아 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보이스피싱 일당과 공모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2심은 “A씨가 이 사건 당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범행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는 당시 아르바이트 외에 사회생활 경험이 없었고, 회사 측의 설명을 그대로 신뢰해 단순한 사무 보조 업무로 믿었을 여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A씨가 일당으로 13만원만 받은 것과 텔레그램 메시지 등 관련 내용을 삭제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한 법조인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피고인의 행위 및 인식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