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삼립에 저가에 양도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한창훈)는 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측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샤니가 보유한 밀다원(밀가루 생산 계열사)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낮은 가격(255원)에 삼립에 판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허 회장이 그해 1월 도입된 계열사 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약 7억여원 상당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저가에 양도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샤니와 파리크라상이 각각 58억1000만원 및 121억6000만원의 손해를 입었고, 삼립은 179억7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하지만 1심은 검찰 주장이 잘못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SPC그룹이 일반적인 비상장주식 거래와 마찬가지로 과거 3년간의 순손익을 기준으로 원칙적인 주식 가치 평가 방법을 채택한 것일 뿐, 그 평가 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거나 실무 담당자들이 회계법인의 평가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검찰이 주장한 적정 가격(1595원)에 밀다원 주식을 양도했을 경우, 오히려 허 회장 일가에게 수십억원 이상의 경제적 이득이 있었을 것이라며 “범행을 저지를 경제적 유인이 없다”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자체로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도 이날 “피고인들이 공모해서 고의로 회계법인에 부당하게 지시해 개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대부분 1심 판단과 같다”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피고인 측 변호인인 성창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밀다원 주식양도는 적법한 것이었고 부정한 목적이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회사에 더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사실관계에 관한 오해가 모두 해소돼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SPC그룹 관련 ‘사법 리스크’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나오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20년 7월 파리크라상, SPL, BR코리아 등 SPC그룹 계열사들이 삼립을 통해 원재료 등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몰아줬다며 과징금 647억원 등을 SPC에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6월 과징금 전액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