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한부모가족이나 노인 등의 명의를 빌려 공∙사립학교의 매점·자판기 수익권을 낙찰받은 공무원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9일 확정했다.

대전시 공무원이던 A씨는 2016∼2022년 대전권 학교의 매점과 자판기 사용·수익권 입찰에 차명으로 참여해 낙찰받고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한부모가족, 65세 이상 노인 등 우선 낙찰 대상 8명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이들의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공인인증서 등을 넘겨받아 46회 입찰을 시도했고, 대전 내 국∙공립학교나 사립학교 20곳의 매점·자판기를 낙찰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그 대가로 수고비를 주거나 급여 일부를 나눠줬다고 한다.

검찰은 A씨에게 업무방해죄와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반면 A씨 변호인은 업무방해보다 형량이 낮은 입찰방해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입찰방해죄가 성립하면 업무방해죄 등은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입찰방해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업무방해죄가 입찰방해와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4억5800만여원도 명령했다. 2심은 기존 대법 판례에 따라 업무방해죄는 ‘업무’,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라는 보호법익이 있는 반면, 입찰방해죄는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이라는 광범위한 보호법익을 갖고 있다면서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업무방해죄와 입찰방해죄 등의 죄수(罪數∙범죄의 수) 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징역 2년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