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는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재미교포 목사 최재영씨를 “기소하라”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권고했다. 디올백은 청탁의 대가가 아니고,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도 없어서 김 여사와 최씨 모두 청탁금지법으로 기소할 수 없다는 검찰 수사 결과와 다른 결론이다. 검찰수사심의위는 최 목사에 대한 기소 권고와는 별도로 앞서 지난 6일 김 여사에 대해서는 같은 사건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한 바 있다.

수사심의위 결과는 권고에 불과해 수사팀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두고 검찰수사심의위 결론이 엇갈리면서 검찰이 김 여사와 최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부담이 다소 커진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준 사람은 기소, 받은 사람은 불기소하라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사건 처분을 두고 앞으로 상당한 잡음이 예상된다” 등 당혹해하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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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는 이날 최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주거침입, 명예훼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4개 혐의를 심의한 결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 처분 의견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은 ‘기소 의견’과 ‘불기소 의견’이 8대7로 갈릴 정도 팽팽했다고 한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이 맞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수사심의위원 15명이 강일원 수사심의위원장(전 헌법재판관) 주재로 대검찰청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8시간가량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번에 참여한 위원들은 지난 6일 김 여사에 대한 수사심의 위원과는 한 명도 겹치지 않았다고 한다.

최씨는 지난 2022년 9월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 등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디올백 등을 선물하면서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을 청탁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김 여사에게 취재 중 선물을 제공했고, 여러 청탁을 시도한 게 맞는다”며 “제가 처벌을 받더라도 이 사건에서 청탁의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은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 금품을 건넨 사람을 처벌하도록 돼 있지만, 공직자에게 직접 줬을 때와 달리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하게 돼 있다. 이날 수사심의위는 최씨가 청탁의 대가로 디올백을 전달했고, 대통령의 포괄적인 직무 범위를 감안할 때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반면 공직자의 배우자인 김 여사의 경우,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도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다. 다만 공직자인 윤 대통령이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으면 이를 신고해야 하는 의무는 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결론에 따를지 아니면 독자적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 여사의 경우 지난 6일 이미 수사심의위에서 ‘무혐의’ 결론이 났기 때문에 검찰은 최씨와 별개로 김 여사만 따로 무혐의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디올백 선물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최씨 역시 불기소 처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자는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금품을 받으면 처벌받지만, 그 배우자는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게 청탁금지법의 취지이고 판례”라고 했다.

이날 수사심의위에서는 먼저 1시간가량 위원들이 내부 토의를 한 뒤, 검찰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검찰은 최씨가 지난 5월 조사에서 “디올백은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선물 전달과 청탁 시점 간 차이가 큰 경우가 많으며 일부 청탁은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들은 이후 3시간가량 검찰과 질의 응답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최씨 측도 같은 절차대로 2시간20분 가량 입장을 밝혔다. 최씨 측 류재율 변호사는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준 것은 청탁의 대가가 맞는다”고 주장했다. 수심위는 최씨 측 질의응답이 끝나고 수사팀을 다시 불러 추가 질의도 했다.

앞서 최씨는 김 여사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알려지자, 이에 반발하며 수사심의위를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가 “수사심의위에 부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최씨는 이날 수사심의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수사심의위에 앞서 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자동반사적으로 내 죄를 방어할까 봐 염려돼 류 변호사에게 전권을 위임한다“고 했다. 최씨 측 류 변호사는 “검사는 무죄를 주장하고 피의자는 유죄를 주장하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결정과 논의 내용을 참고해 최종적으로 사건을 처분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