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항소심 선고가 다음 달로 다시 지정됐다.

서울고법 형사6-1부(재판장 정재오)는 4일 고발 사주 사건 재판의 항소심 선고 기일을 오는 11월 1일 오후 2시로 정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로 예정됐던 선고 기일을 하루 앞두고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면서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했다.

손 검사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핵심은 손 검사장이 2020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면서 그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시민씨,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등을 고발해 달라는 고발장을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 전 의원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한 텔레그램 고발장 파일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는 손 검사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민간인이었던 김 전 의원은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했다. 1심은 “손 검사장이 직접 텔레그램을 통해 김 의원에게 고발장 등을 전송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두 사람의 공모한 것을 인정했다. 다만 총선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하고, 공무상 비밀 누설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 /이덕훈 기자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공수처를 상대로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직접 보냈다는 것인지’, ‘제3자를 통해 보냈다는 것인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손 검사장과 김 전 의원 사이에 제3자가 존재한다면, 두 사람이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수처는 “공소사실은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직접 보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면서도 “제3자를 통해 전송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두 사람의 공모 관계가 꼭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에 문제가 있다. (공소사실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공소장대로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직접 (텔레그램 자료를) 전송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유죄, 증명되지 않으면 무죄인 것이냐”고 묻자 공수처 검사는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공수처는 공소사실과 별개로 김 전 의원이 아닌 제3자에게 전송한 것이더라도 유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검사장 변호인은 “공수처가 공소사실로 특정되지 않은 (제3자 존재를 가정한) 상황까지 설명하려 하거나, 유죄로 판단해달라고 하니 논리적으로 잘못된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김 전 의원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추가 변론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마무리했다. 공수처는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손 검사장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