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전경. /국세청

DL과 효성그룹 건설사의 ‘리베이트 탈세’ 의혹을 조사 중인 국세청이 대주주와 연결돼 있는 계열사로 세무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5일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사주(社主) 일가의 비자금(부외자금) 조성 정황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세청의 특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DL그룹의 지주사 DL㈜의 대주주인 ㈜대림,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DL케미칼,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옛 한화케미칼)의 합작사인 여천NCC에 지난달부터 조사 인력을 보내 회계처리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당국은 효성그룹 지주사인 (주)효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9월 국세청은 건설‧의료‧보험 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사례 47건을 적발해 이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기업이 판매한 상품이나 용역의 대가 중 일부를 일종의 뇌물처럼 ‘뒷돈’으로 구매자에게 돌려준 ‘리베이트’ 단서를 잡은 것이다.

건설 분야에서는 시공사(건설사)가 공사 일감을 따내기 위해 시행사나 재건축조합 등 발주처에 뒷돈을 건네거나 발주처 관계자 자녀 등을 특혜 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세무조사 대상 건설사 17곳 중 대형 업체는 DL이앤씨(시공능력 5위)와 효성중공업(39위)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건설사 리베이트에 국한하지 않고, 대기업 집단의 지주사와 다른 사업 분야까지 확대된 데 주목하고 있다. DL그룹은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이해욱 회장→㈜대림(옛 대림코퍼레이션)→DL㈜→DL이앤씨‧DL케미칼‧DL에너지’의 지배구조를 갖췄다. 이 회장은 ㈜대림 지분을 52.3% 보유하고 있다.

효성그룹도 ㈜효성이 지주사로서 효성중공업의 지분 32.47%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조석래 명예회장 사망 후 지분을 상속받은 조현준 회장이 올 6월 말 기준, ㈜효성의 최대주주(지분율 33.03%)이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일부 건설사 등이 사주 일가와 관련된 대행사를 통해 자금을 세탁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과 거래한 업체의 회계 장부도 조사하고 있다. 세무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분야별 리베이트 기획 세무조사가 지주사로 이어졌다는 것은 사주 일가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비자금이 드러나면 검찰 고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