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심판 첫 변론에서 헌법재판관들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방통위원)과 헌법재판관을 선출하지 않은 국회를 질책했다. 이날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인 상태로 이 사건의 공개 변론을 처음 진행했다. 국회 측에선 탄핵소추위원인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나왔고,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출석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국회 측에 “국회는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왜 추천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국회 측을 대리하는 장주영 변호사는 “여야 합의 과정에서 추천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답하자, 문 재판관은 “합의가 안 되면 국회는 아무 결정을 안 하느냐”며 “국회가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건 법률 위반이 아닌가”라고 질책했다.
방통위법은 방통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는 여당 몫 1명, 야당 몫 2명을 국회가 추천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8월 이후 국회 추천 방통위원 3명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작년 3월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야당 몫 방통위원 후보가 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보류했다. 최 의원이 작년 11월 자진 사퇴한 이후 여야는 의견 충돌로 방통위원 후보 추천을 계속 미뤘다. 민주당은 지난 8월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신임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게 불법이라며 이 위원장을 취임 사흘 만에 탄핵소추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국회가 의무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국회 내부 일 때문에 국가기관인 방통위는 1년 넘게 기능을 안 해도 되느냐. 국회에서 그걸 바라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정청래 위원장은 “국회가 방통위원을 추천했더라도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사만 임명하고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를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재판관은 국회가 지난달 17일 퇴임한 재판관 3명의 후임을 선출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재판관은 “국회가 제 일을 하지 않는 것인데 국회의 책임 외에 다른 누구의 책임이 있느냐. 국회의 뜻은 헌재는 일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내부에서 논쟁하는 사정이 있다면 헌재나 방통위 같은 국가기관들은, 국회가 (조직을) 구성해줄 때까지 역할을 하지 말고 그냥 기다리는 게 옳으냐”고 했다. 이에 정청래 위원장은 “국회에 책임 없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대통령이 최민희 방통위원을 임명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헌재법은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가 지난달 14일 이진숙 위원장이 재판관 공백으로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가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이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재판관 6명으로 심리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변론은 내달 3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