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 유죄를 선고받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판결문에서 재판부가 ‘당선될 목적’을 인정한 근거로 이 대표의 발언을 든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 34부(재판장 한성진)는 ‘백현동 용도변경은 국토부 협박에 따른 것’이라는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 발언의 고의성을 판단하면서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을 인용했다.
이 대표는 국감을 앞두고 2021년 9월 9일과 9월 13일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감을 치를 때마다 제 지지율이 올라갔다. 기회요인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답변했다.
2021년 10월 12일 기자회견에서도 경기도지사로서 국감에 임하겠다고 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정치공세가 예상되지만 오히려 대장동 개발사업의 구체적 내용 등을 설명하는 좋은 취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해 10월 20일 국감이 끝난 뒤에는 “국민의힘 측의 일방적인 주장, 허위사실에 기초한 무차별 의혹제기가 있었지만 오히려 ‘토건세력 특혜 폭탄 설계자’는 국민의힘 전신 정권들과 관계자들임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국민들께서도 국민의힘이 범죄자 도둑이고 저의 의견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며 이재명은 청렴했다고 인정해 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발언들을 인용하며 “경기도 지사이면서 20대 대통령 후보이기도 했던 피고인은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이자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에 대응할 기회로 삼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백현동 부지 의혹에 대응하는 이 사건 백현동 발언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발언에는 ‘당선될 목적’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는 이 대표 측이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정감사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당선 목적이 없었다고 한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 대표의 발언 내용을 볼 때도 당시 대선 후보로서 대장동 및 백현동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던 그가 국감을 의혹 해명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당선 목적’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이재명 구했던 ‘권순일 판례’, 재판부 “적용대상 아냐”
이 대표는 자신이 무죄를 선고받았던 2020년 대법원 판결을 내세우며 국감에서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발언은 연설과는 달리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지므로 표현이 명확성에 한계가 있다고 한 내용이다.
‘친형 강제입원’ 관련 발언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던 이 대표는 대법원의 이 같은 논리로 기사회생했고 무죄가 확정됐다.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선거 토론회에서 사실과 다른 발언도 가능하다고 본 이 판결은 이후에도 많은 논란을 낳았다. 논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에 취업하면서 ‘재판 거래’ 의혹에도 휩싸였다.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유죄를 선고한 중앙지법 34부는 이 논리가 ‘백현동 발언’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발언 이전 부지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피고인(이 대표) 측의 대응이 있었고, 국감 질의자(문진석 의원)는 피고인 측에 사전 질의를 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패널 등을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며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발언과 관련한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감 발언의 경우) 피고인 주장과 같이 세부적인 내용이 잘못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선거토론회처럼)발언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라고 할 수 없다”며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