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위증교사 혐의 재판 1심 선고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3년 10월 불구속 기소된 지 1년 1개월 만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열흘 만에 위증 교사 사건에서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정치적 위기를 넘기게 됐다. 이 대표는 8개 사건 12개 혐의로 다섯 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그중 두 번째 1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는 이날 위증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위증 혐의를 받는 김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이 대표 요구로 위증한 것이 맞는다”고 자백했지만, 재판부는 당시 두 사람이 통화한 녹취록과 범행 전후 정황 등을 근거로 유무죄를 달리 정했다.

재판부는 “김진성씨가 (허위) 증언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개입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통화할 당시 김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증언을 할지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이 대표는 김씨가 위증을 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없었던 점 등으로 미뤄 위증 교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방송 토론회에 과거 김병량 전 성남시장을 상대로 ‘검사 사칭’을 했다가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 관해 “검사를 사칭하지 않고 누명 썼다”고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이 대표는 그해 12월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씨에게 연락해 선거법 재판에서 당시 상황에 관해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검찰은 당시 이 대표가 김씨에게 전화해 ‘김 전 시장과 KBS가 자신을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고 KBS PD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는 협의’ 등에 관해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고 보고 위증 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거짓 증언 종용에 따라 김씨가 이 같은 내용의 위증을 한 것인지가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면서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심 법원이 이날 내린 판결의 요지는 ‘거짓말을 요구한 사람은 무죄지만, 거짓말을 한 사람은 유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위증범 김진성씨에게 진술을 요청한 것은 맞지만, 거짓 증언을 교사하려는 고의도 증거도 없다” “김씨가 이 대표 요청을 받고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김씨가 왜 법정에서 위증했겠느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2018년 12월 22·24일 김씨에게 두 차례 직접 전화를 걸어 증언을 부탁하고, 변론 요지서를 보낸 행위가 위증 교사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이 대표가 증언을 요구한 내용과 방식이 상대가 무엇을 아는지 파악하는 일반적인 증언 요청과 같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화 내용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 전 시장과 KBS가 자신의 문제로 상의하고, 교감이 있었는지’ ‘전체적인 흐름이나 협의 내용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증언을 요청했다”면서 “상대가 기억하거나 알고 있는바에 대해 확인하는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다르지 않다. 위증을 요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 대표가 김씨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텔레그램으로 변론 요지서를 보낸 행위에 대해서도 “상식에 반한다거나 선거법 위반 사건 피고인으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시장과 KBS 사이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관해 유리한 증언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모른다고 하거나 부인한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씨에게 ‘기억나는 대로’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했을 뿐”이라는 이 대표 해명을 받아준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재판부는 정작 김씨의 위증 혐의는 일부 인정했다. 김씨가 법정에서 한 6개의 증언 중 “김 전 시장과 KBS 사이에 ‘(주범을) 이재명 쪽으로 몰아가자’는 협의가 있었다” “김 전 시장이 ‘KBS 측 고위관계자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등의 4개 발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 증언으로 유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의 위증이 모두 이 대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이 대표는 통화 당시 김씨가 위증을 할지는 몰랐다. 범행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 대표가 김씨가 실제 위증에 이르는 과정에 직접 개입한 증거도 없다고 봤다. 아울러 김씨가 통화 후 진술서를 작성하고, 이 대표 측 변호인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도 위증 교사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직 김씨에 대해서만 “‘김 전 시장과 KBS 사이 협의에 관한 진술을 해달라’는 이 대표 요청을 받고, 자신이 알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않은 협의에 관해 알고 있는 것처럼 위증했다”면서 “국가의 사법 기능을 방해하고 법원의 실체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판결에 대해 비판적인 해석이 잇따랐다. 한 법조인은 “김씨는 그간 ‘이 대표 요청이 아니었다면 위증할 일이 없었다’고 거듭 밝혀왔다”면서 “변론 요지서를 보내 증언을 요구하는 방식이 위증 교사가 아니라면, 앞으로 피고인이 원하는 증언을 만들어내는 ‘사법 방해’ 행태가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한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는 “이 대표에게 무죄를 주기로 작정한 판결로 보인다”면서 “항소심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이날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범의(犯意·범죄인지 알면서도 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와 증거 관계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유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